毒은 무엇을 가리켰는가 | 고금의고

문고 文攷 · 고금의고 016

毒은 무엇을 가리켰는가

독물·약성·병태 사이에서 한 글자가 맡아 온 자리

바랜 크림색 종이 위 왼쪽의 검은 암석과 뿌리, 오른쪽의 퍼지는 먹구름을 굵은 먹선과 녹슨 적갈색으로 연결한 추상 표지
毒은 하나의 물질명만이 아니라, 강한 작용과 병태를 오가며 쓰인 글자였다. 외부의 물질과 내부의 상태 사이를 추상적으로 배치한 표지화.
요지

고전 의학의 毒은 하나의 ‘독소’를 가리키는 고정된 물질명이 아니었다. 외부 독물과 약물의 강한 편성, 병이 진행하며 획득한 위해적 성격, 邪가 盛烈·偏勝·蘊蓄不解한 상태가 서로 다른 시대와 문맥에서 같은 글자로 표현되었다. 이를 하나의 보편적 병리 공식으로 합칠 수는 없지만, 毒이 단순한 원인명뿐 아니라 병이 평범한 경과를 넘어섰음을 표시하는 말로 작동한 문헌적 계보는 확인할 수 있다.

《周禮》의 醫師가 맡은 일 가운데 하나는 聚毒藥以共醫事, 곧 毒藥을 모아 의료에 공급하는 일이었다.1 같은 책의 瘍醫는 더 직접적으로 凡療瘍,以五毒攻之라고 했다. 종창과 궤양을 치료할 때 五毒으로 먼저 공격한다는 뜻이다.2

毒을 오늘날의 ‘독극물’이라고 먼저 번역하면 두 문장은 모두 어색해진다. 그러나 후대 주석을 함께 읽으면 이 어색함이 오래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鄭玄은 毒藥을 ‘藥之辛苦者’라 하면서도 巴豆·狼牙 같은 有毒藥뿐 아니라 人參·芎藭 같은 無毒藥도 실제 의료를 위해 함께 모았다고 설명했고, 賈公彦은 이를 ‘藥之無毒亦聚之,直言聚毒藥者,以毒為主’라고 풀었다.1 반대로 《周禮訂義》에는 瘍醫가 ‘五毒攻之’와 ‘五藥療之’를 나누어 적었으므로 毒과 藥은 본래 구별해야 한다는 반론도 실려 있다.2

따라서 이른 시기의 毒藥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毒이 치료와 정반대의 자리에만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쓰는 힘 가운데 어떤 것은 바로 그 강함과 위해성 때문에 毒이라는 글자와 함께 불렸다.

《素問》의 毒藥攻邪,五穀為養은 이 긴장을 짧게 압축한다.3 毒藥은 邪를 攻하고, 五穀은 몸을 養한다. 공격과 양육은 같은 방향의 치료가 아니다. 이어 《五常政大論》은 有毒無毒,服有約乎라고 묻고, 大毒은 병을 십분의 육에서, 常毒은 칠에서, 小毒은 팔에서, 無毒이라 해도 구에서 멈춘 뒤 穀肉果菜,食養盡之라 한다. 그 이유는 無使過之,傷其正也, 약의 작용이 지나쳐 正을 상하게 하지 말라는 데 있다.4

이 대목에서 毒은 ‘치료 효과’와 분리된 별도의 악성이 아니다. 병을 깨뜨리는 힘이 클수록 정상적인 몸을 해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그러므로 毒藥의 毒은 물질의 이름이라기보다 적어도 일부 문맥에서 약이 가진 편향되고 강한 작용의 정도를 표시한다.

그렇다고 이를 곧바로 현대의 toxicity라고 옮길 수도 없다. 고전에서 毒은 약물의 강한 작용만을 가리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有毒은 약물 안에만 있는가

《諸病源候論》의 藥毒 편에는 오늘날 보아도 비교적 익숙한 중독의 언어가 나온다.

凡藥物云有毒及有大毒者,皆能變亂於人為害,亦能殺人。6

有毒·大毒이라 하는 약물은 사람을 變亂시켜 해를 끼치고 심하면 죽게 할 수 있다. 이 문맥의 毒은 분명 외부 물질의 위해성과 가깝다. 실제로 책은 여러 독성 약물의 증상을 나누고, 중독 이후의 경과와 구제법을 구체적으로 적는다.6

그런데 같은 편을 더 읽으면 毒의 결과가 물질 이름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체격과 胃의 강약에 따라 勝毒不勝毒이 다르다고 하고, 술과 함께 들어간 毒과 음식과 함께 들어간 毒도 구별한다. 술을 통해 들어온 경우에는 酒性行諸血脈,流遍身體라 하여 毒이 혈맥을 따라 퍼지기 때문에 어렵고, 음식과 함께 들어온 경우에는 아직 毒氣未流入血脈하여 胃에 머물며 배출될 여지가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쉽다고 했다.6

그 생리 설명을 오늘의 흡수·분포 모델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독물이라도 누가 받는가,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가, 어디까지 퍼졌는가에 따라 실제 위해가 달라진다는 관찰은 분명하다. 《素問》의 能毒者以厚藥,不勝毒者以薄藥 역시 같은 문제를 다른 자리에서 보여준다.4

여기에서 毒은 약물에 붙은 고정 표지와 실제 사람에게 나타난 위해 사이를 오간다. 그 간격을 후대 張介賓은 매우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景岳全書》 附子의 〈辨毒〉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卽如本草所云某有毒,某無毒,余則甚不然之,而不知無藥無毒也。8

그리고 곧바로 이어

若用之不當,凡能病人者,無非毒也。……但毒有大小,用有權宜。8

라고 한다. 本草가 약을 有毒·無毒으로 고정해 나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잘못 써서 사람을 병들게 한다면 평소의 茶飯조차 위해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張介賓의 附子론을 오늘의 안전 기준으로 옮겨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의 毒 개념이 어디로 움직였는지는 분명하다. 毒은 물질의 고정된 본질만이 아니라 약의 편성·제법·사용량·환자와 병의 조건 속에서 실제 위해로 드러나는 작용이기도 했다.8

그러나 이 관계적 독성만으로도 고전의 毒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諸病源候論》에는 외부의 독물이 아니라 이미 생긴 병이 毒이 되는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變成毒’이라는 표현

時氣의 陰陽毒候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或初得病便有毒,或服湯藥,經五六日以上,或十餘日後不瘥,變成毒者。5

어떤 경우에는 처음 병을 얻을 때부터 이미 毒이 있고, 어떤 경우에는 湯藥을 복용하며 닷새·엿새, 혹은 열흘 넘게 낫지 않은 뒤 變成毒한다. 이어 몸이 무겁고 등이 강직되며 인후통이 있고, 毒氣가 心을 공격해 心腹煩痛·短氣·嘔吐가 나타나고 發斑하는 등의 경과를 적는다.5

중요한 것은 ‘독성물질이 다시 들어왔다’는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병이 지속되다가 그 병 자체가 이전과 다른 상태가 되었고, 그 변화에 毒이라는 글자가 붙었다. 巢元方이 여기에서 보편적인 毒의 정의를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처음부터 毒인 병진행하다 毒이 된 병을 모두 인정한다.

이 표현은 후대 독자에게 피하기 어려운 질문을 남긴다. 병이 毒으로 변한다면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같은 毒을 서로 다르게 읽은 주석가들

《素問·五常政大論》에는 寒毒·濕毒·熱毒·清毒·燥毒이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원문의 직접 문맥은 인간의 熱毒證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在泉의 六氣와 토지의 生化를 논하는 데 있다. 따라서 후대의 熱毒 병리론을 이 본문에 그대로 소급할 수는 없다.4

그런데 王冰은 이 대목을 주석하면서 毒을 명시적으로 풀이했다.

夫毒者,皆五行標盛暴烈之氣所為也。7

王冰에게 毒은 五行의 기가 標盛暴烈해진 것이다. 寒·熱·濕이라는 기본 성질은 남아 있지만, 그것이 평범한 정도를 넘어 성하고 거칠게 작용할 때 毒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독법이다.7

후대 張志聰은 같은 대목에서 毒,獨也라 풀이하고, 獨寒·獨熱처럼 한쪽의 기가 홀로 두드러지는 偏勝之毒氣를 강조했다. 이 주석은 王冰의 설명과 닮았지만 같지는 않다. 王冰은 힘의 盛烈을 보았고, 張志聰은 관계 속의 偏勝을 보았다. 같은 원문을 읽으면서도 毒의 무엇을 문제 삼았는지가 달랐다.

이 차이를 하나의 ‘毒의 정의’로 합칠 필요는 없다. 오히려 毒이라는 글자가 이미 하나의 엄밀한 병리 기전을 뜻했다기보다, 정상적인 生化와 조절에서 벗어난 위해적 상태를 각 의가가 자신의 이론으로 해석해야 하는 넓은 말이었음을 보여주는 자료에 가깝다.

《金匱要略》의 陰毒·陽毒을 해석한 尤在涇은 또 다른 곳을 보았다. 《金匱玉函要略輯義》에 인용된 그의 문장은 다음과 같다.

毒者,邪氣蘊蓄不解之謂。9

그는 이어 陽毒非必極熱,陰毒非必極寒이라고 하여 陽毒을 극열, 陰毒을 극한으로 곧바로 등치하는 것을 거부한다. 五日에는 邪氣尚淺,發之猶易하지만 七日에는 邪氣已深,發之則難하다고 풀이한다.9

이 문맥에서 蘊蓄不解는 단순히 어떤 물질이 창고에 쌓인다는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邪가 시간이 지나며 머물고 깊어지고, 처음보다 풀기 어려워지는 경과가 들어 있다. 王冰의 毒이 盛烈한 기세를 향한다면 尤在涇의 毒은 머무름과 해소의 어려움을 향한다. 둘은 다른 문제다. 그러나 둘 모두 평범한 邪의 이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상태를 毒이라는 글자로 설명하고 있다.

毒은 火인가

後世에 熱毒·火毒·清熱解毒이라는 표현이 익숙해지면서 毒을 강한 火熱로 읽기 쉬워졌다. 陳士鐸의 《洞天奧旨》에는 실제로 그런 전변을 매우 적극적으로 설명한 문장이 있다.

火鬱之極,必變蘊而為毒。10

瘡瘍의 火毒을 논하면서 그는 氣血의 鬱을 전제로 두고, 火가 鬱한 것이 극에 이르면 毒으로 변한다고 했다. 이어 毒不易消, 毒未必化라고 하여 毒을 消하고 化해야 할 병리로 서술한다.10

이 설명만 보면 火와 毒은 연속선 위에 있다. 그러나 전통 내부에서도 毒을 火로 환원하면 안 된다는 논의가 따로 있었다. 후대 외과·두진 문헌의 分別毒火論은 毒과 火가 서로 인연하지만 동일하지 않으며, 毒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모두 火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독이 중하고 火가 가벼운 경우, 혹은 火의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를 구별하지 않고 苦寒으로 몰아가면 치법을 그르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두 입장은 완전히 반대라기보다 서로 다른 위험을 막는다. 陳士鐸은 火鬱이 毒으로 전변할 수 있음을 설명했고, 毒火를 구별한 의가들은 모든 毒을 火로 환원하는 오류를 경계했다. 이 대립 때문에라도 毒=炎症, 毒=熱 같은 현대적 단순 번역은 유지되기 어렵다.

解毒을 보면 毒이 다시 갈라진다

毒 자체를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면, 무엇을 解毒이라고 불렀는지 거꾸로 보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하나의 작용만 나오지 않는다.

升麻의 오래된 본초 기록에는

主解百毒。11

이라고 적혀 있다. 후대 전승본에는 瘟疫瘴氣邪氣·蠱毒·時氣毒癘·風腫諸毒·喉痛口瘡이 같은 항목 안에 이어진다.11百毒을 백 종류의 toxin으로 읽을 수는 없다. 실제 독성 자극과 역려성 사기, 종창과 창양의 언어가 한 자리에서 겹쳐 있기 때문이다.

반면 《諸病源候論》의 藥毒에서는 解가 훨씬 물질적이다. 毒이 아직 혈맥으로 널리 퍼지기 전에는 토하거나 아래로 배출하여 밖으로 내보낼 수 있고, 이미 퍼진 뒤에는 더 어렵다고 본다.6 이런 경우의 解毒은 실제 독물의 흡수와 체류를 줄여 위해를 낮추는 것과 상당히 가까운 뜻을 갖는다.

그러나 尤在涇의 邪氣蘊蓄不解를 옆에 놓으면 같은 解라는 글자에 다른 문맥이 생긴다. 毒이 성립하는 문제 자체를 不解라고 표현한 경우, 解는 어떤 외부 물질 하나를 중화한다는 뜻보다 넓다. 실제 전통에서도 毒에는 解만 붙지 않았다. 五毒은 攻之했고, 창양에서는 拔毒·托毒·化毒이라는 서로 다른 치법어가 만들어졌다. 陳士鐸은 火毒이 不易消, 未必化한다고 말한다.10

이 동사들을 모두 ‘해독’으로 평평하게 번역하면 차이가 사라진다. 攻은 병든 것을 깨뜨리는 방향이고, 拔은 밖으로 끌어내는 방향이며, 托은 깊이 함입되는 것을 막아 밖으로 밀어내는 방향이고, 化는 이미 형성된 병리의 성질을 바꾸는 방향이다. 서로 다른 치법이 하나의 毒 어휘군에 모였다는 사실은 毒의 존재 방식이 처음부터 하나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解毒을 곧바로 ‘간에서 독소를 대사한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현대의 간 대사는 실제 외인성 물질 처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고전의 解毒 가운데 실제 독물의 제거와 가까운 경우도 있고, 病邪가 盛烈하거나 蘊蓄되어 형성한 병태를 풀고 바꾸는 문맥도 있다. 후자를 오늘의 toxin 대사와 같은 것으로 번역하면 오히려 고전의 의미가 좁아진다.

‘毒,厚也’를 다시 읽는 까닭

《說文解字》는 毒의 첫 훈을 뜻밖에도

毒,厚也。12

라고 적었다. 이어 사람을 해치는 풀이 곳곳에 자란다는 자형 설명을 붙이므로, 이것만으로 毒의 최초 본뜻이 ‘두텁다’였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후대 자서에는 害·苦·痛의 뜻도 함께 전한다.12

그럼에도 의서의 용례를 충분히 돌아본 뒤 라는 훈을 다시 보면 처음과는 조금 달리 보인다. 《周禮》의 五毒은 병든 조직을 공격할 만큼 강한 작용이고, 《素問》은 能毒者以厚藥이라 했으며, 王冰은 毒을 盛暴烈에서 읽었다. 張介賓은 毒有大小,用有權宜라 했다.478 이 기록들이 《說文》의 厚에서 직접 파생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毒이라는 글자가 단순히 ‘해로운 물질의 명칭’만이 아니라 작용이 얕지 않고 심하게 미치는 정도를 표현할 수 있었던 언어적 배경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서 다시 조심해야 한다. 이 여러 시대의 문장을 이어 ‘고대에는 독성의 임계치라는 정교한 이론이 있었다’고 만들어버리면 문헌이 아니라 후대 독자의 체계가 된다. 《周禮》의 毒藥, 《諸病源候論》의 藥毒과 變成毒, 王冰의 盛暴烈, 尤在涇의 蘊蓄不解는 같은 시대의 동일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그 차이를 남겨두는 것이 이 문고의 결론에 가깝다. 毒이라는 한 글자가 왜 서로 다른 의학적 문제에서 반복해서 필요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독물과 병태 사이

《周禮》에서는 毒을 치료에 사용했다. 瘍醫는 五毒으로 病瘍을 攻했고, 醫師는 毒藥을 모아 의료에 공급했다.12 《素問》에서는 毒藥의 힘을 쓰되 正을 상하기 전에 멈추라고 했다.4 《諸病源候論》에서는 실제 藥毒이 사람을 해치는 경로와 개인차를 논하는 동시에, 다른 편에서는 이미 생긴 병이 變成毒할 수 있다고 기록했다.65

후대 주석가들은 이 간격을 같은 방식으로 메우지 않았다. 王冰은 毒의 盛暴烈을 보았고, 張志聰은 偏勝을, 尤在涇은 蘊蓄不解를 보았다. 張介賓은 약물의 毒을 사용 조건과 분리하기 어렵다고 했고, 陳士鐸은 火鬱이 깊어져 毒으로 전변하는 길을 그렸다.78910

따라서 毒을 toxin이라고만 옮기면 실제 藥毒은 설명할 수 있어도 變成毒이 남는다. 반대로 毒을 몸 안의 병리 상태라고만 정의하면 聚毒藥과 五毒이 남는다. toxicity라는 말은 약물의 강한 작용과 사람에 따른 위해 차이를 생각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邪가 蘊蓄不解한 상태까지 그대로 포괄하는 현대 용어는 아니다.

결국 毒을 하나의 현대 개념으로 번역해 없애기보다, 문헌마다 그 글자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다시 묻는 편이 안전하다. 어떤 대목에서는 물질이며, 어떤 대목에서는 그 물질의 강한 작용이고, 어떤 대목에서는 이미 진행 중인 병이 이전과 다른 위해성을 얻었다는 표지다.

《諸病源候論》의 문장은 그래서 끝까지 남는다.

或初得病便有毒……或十餘日後不瘥,變成毒者。5

毒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도 있었고, 병이 오래 낫지 않는 과정에서 되어 갈 수도 있었다. 이 두 경우를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지 않는 것,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의가가 단순히 邪라 하지 않고 毒이라는 글자를 필요로 했는지를 다시 묻는 것. 고전의 毒論을 오늘 읽을 때 출발점은 아마 그 구별에 있다.

자료와 근거

참고 문헌 12편

참고 문헌

  1. 고전 원문·주석 《周禮註疏》 卷五

    醫師의 ‘聚毒藥以共醫事’와 鄭玄·賈公彦의 毒藥 주석. 有毒·無毒藥을 함께 수집하되 ‘以毒為主’라 한 해석을 확인했다.

  2. 고전 원문·주석 《周禮》 瘍醫 및 《周禮訂義》 卷八

    ‘凡療瘍,以五毒攻之’와 毒·藥을 구별해 읽은 후대 주석을 대조했다.

  3. 고전 원문 《黃帝內經素問·藏氣法時論》

    ‘毒藥攻邪,五穀為養’의 원문 문맥.

  4. 고전 원문 《黃帝內經素問·五常政大論》

    ‘能毒者以厚藥,不勝毒者以薄藥’, ‘有毒無毒,服有約乎’, ‘大毒治病,十去其六’ 등의 대목.

  5. 고전 원문 巢元方, 《諸病源候論》 卷八·九 時氣陰陽毒候

    ‘或初得病便有毒’과 ‘五六日以上…不瘥,變成毒者’ 및 毒氣攻心·發斑 등의 기록.

  6. 고전 원문 巢元方, 《諸病源候論》 解諸藥毒候

    有毒·大毒藥이 사람을 ‘變亂’시킨다는 설명과 勝毒/不勝毒, 酒와 食을 통한 중독 경과의 차이.

  7. 후대 주석 王冰, 《重廣補注黃帝內經素問》 五常政大論 주

    寒毒·濕毒·熱毒 등의 대목을 ‘夫毒者,皆五行標盛暴烈之氣所為也’라 풀이한 王冰의 해석.

  8. 후대 의론 張介賓, 《景岳全書·本草正》 附子〈辨毒〉

    ‘不知無藥無毒也’, ‘若用之不當,凡能病人者,無非毒也’, ‘但毒有大小,用有權宜’의 毒論.

  9. 후대 주석 집성 丹波元簡, 《金匱玉函要略輯義》 陰陽毒

    尤在涇의 ‘毒者,邪氣蘊蓄不解之謂’, ‘陽毒非必極熱,陰毒非必極寒’, 五日·七日의 邪淺邪深 해석을 수록한다.

  10. 후대 외과 의론 陳士鐸, 《洞天奧旨》 卷一〈瘡瘍火毒論〉

    ‘火鬱之極,必變蘊而為毒’ 및 ‘毒未必化’ 등 火鬱과 毒의 전변을 설명한 대목.

  11. 본초 원문·후대 독법 《神農本草經》 및 《神農本草經讀》 升麻條

    ‘主解百毒’과 瘟疫瘴氣邪氣·蠱毒·時氣毒癘·風腫諸毒을 함께 싣는 전승 및 張隱庵의 후대 해석.

  12. 문자·훈고 《說文解字》 毒 및 후대 훈고

    ‘毒,厚也’의 훈과 후대 자서의 害·苦·痛 계열 의미. 글자의 최초 어원을 단정하는 근거가 아니라 의학 이전의 의미장을 살피기 위한 자료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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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승 한의사백록담한의원 대표원장 · 한의학아틀라스 편집자 · BRC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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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의학의 毒은 하나의 ‘독소’를 가리키는 고정된 물질명이 아니었다. 외부 독물과 약물의 강한 편성, 병이 진행하며 획득한 위해적 성격, 邪가 盛烈·偏勝·蘊蓄不解한 상태가 서로 다른 시대와 문맥에서 같은 글자로 표현되었다. 이를 하나의 보편적 병리 공식으로 합칠 수는 없지만, 毒이 단순한 원인명뿐 아니라 병이 평범한 경과를 넘어섰음을 표시하는 말로 작동한 문헌적 계보는 확인할 수 있다.

핵심 내용

  • 《周禮》과 《素問》에서 毒藥·五毒은 치료와 반대되는 물질이 아니라 邪나 병든 조직을 공격하기 위해 통제해서 사용하는 강한 작용으로 기록된다.
  • 《諸病源候論》은 실제 藥毒을 구체적으로 논하면서도 병이 수일 뒤 ‘變成毒’할 수 있다고 기록해, 毒을 외부 독물 하나로만 환원하기 어렵게 한다.
  • 王冰의 盛暴烈, 張志聰의 偏勝, 尤在涇의 蘊蓄不解 등은 서로 다른 시대의 해석이며 하나의 정의로 합칠 수 없다. 다만 毒이 병인의 종류뿐 아니라 위해성이 심화된 상태를 표현하는 데 쓰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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