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성욕저하, 검사는 정상인데 의욕이 사라져 불안할 때
검사 수치는 정상이라는데, 왜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은지 혼자 찾아보고 계신다면 — 그 불안, 꼭 혼자 안고 계실 필요는 없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한두 해, 마음이 좀 쓰이셨을 수 있겠습니다. 직장에서의 변화, 혹은 집안에 무거운 일이 있었을 수 있겠고요.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어느 순간 아내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도, 무언가 하겠다는 의욕도 잘 오르지 않는 분들을 제 진료실에서 꽤 자주 봅니다. 피검사를 해도 “테스토스테론 정상 범위”라고 나오고, 혈압도 괜찮고, 당뇨도 아니라는데 몸은 분명히 예전 같지 않다고들 말씀하십니다.
“원장님, 수치는 다 정상인데 왜 이러는 걸까요” —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저는 되묻습니다. 수치가 정상이라는 건 귀한 정보입니다. 큰 병이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수치가 정상이라는 것과 지금 불편하지 않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그 사이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돕는지 제 진료실에서 하는 말을 풀어보겠습니다.
성욕이 떨어진다는 건, 무엇이 떨어지는 걸까요?
성욕저하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그 나이면 자연스러운 거 아니냐”는 반응이 먼저 돌아옵니다. 하지만 성욕은 단순히 성행위의 횟수나 강도로만 재는 것이 아닙니다. 성적 생각이 떠오르는 빈도, 파트너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신체적 자극에 반응하는 속도와 정도 — 이 전체가 한 덩어리로 줄어드는 경험이 성욕저하입니다[1].
서양의학에서는 이를 성욕감퇴장애(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 HSDD)라는 범주로 분류합니다[1]. 단순히 “오늘 좀 피곤해서 관계하기 싫다”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적 욕구와 환상이 감소하거나 사라진 상태를 말합니다. 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 불균형,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만성 스트레스, 특정 약물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2].
중요한 점은, 이것이 “정력이 떨어졌다”는 단일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의욕이 떨어지는 건 전신의 에너지 상태를 반영하는 신호이고, 그 안에 수면의 질, 기분의 변동, 체력, 소화 상태, 스트레스 반응이 모두 얽혀 있습니다. 수치가 정상이라도 몸이 보내는 신호는 진짜이고, 그 신호를 읽는 것이 진료의 출발입니다.
”나이 들면 다 그런 거다” — 정말 그럴까요?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나이 먹으면 다 그렇다”는 말입니다. 듣는 분 입장에서는 위로도 되고, 동시에 포기의 이유도 됩니다. “다 그런 거라면 굳이 병원까지 가야 하나”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자연스럽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변화가 있는 것과, 삶의 질이 흔들릴 만큼 의욕이 사라지는 것은 다릅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러운 감소가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은퇴 앞두고 큰 스트레스를 겪은 뒤 갑자기 전체가 꺼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다른 메커니즘입니다. 전자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곡선이고, 후자는 몸이 무언가에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 탓”이라는 말로 넘어가기 전에, 지금 몸이 어떤 상태인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게 먼저라고 말씀드립니다.
왜 생기고, 왜 자꾸 반복될까요?

성욕저하의 원인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여러 기능적 요인이 겹치면서 서로를 끌어내리는 구조를 이해하면, 왜 쉽게 회복되지 않는지도 보입니다.
- 호르몬 불균형 — 테스토스테론이 정상 범위여도, 스트레스로 코르티솔이 지속 높으면 그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2].
- 만성 스트레스 — 큰 스트레스 사건 후 자율신경계가 교감 우위로 고정되면, 몸이 “생존 모드”에 머물러 생식 기능이 후순위로 밀립니다.
- 수면 질 저하 — 새벽에 깨거나 깊이 못 자면 호르몬 분비 리듬이 깨집니다. 수면 중에 테스토스테론의 상당 부분이 분비되기 때문입니다[2].
- 체력·기력 소모 — 은퇴 전후의 불안, 일상 리듬의 변화로 전신 에너지가 고갈되면 욕구를 일으킬 여력이 줄어듭니다.
- 약물 영향 — 복용 중인 혈압약, 항불안제, 수면제 등이 원인이거나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3].
- 심리적 요인 — 스트레스 사건 직후 우울감이나 자신감 저하가 누적되면, 욕구 자체가 꺼질 수 있습니다.
이 요인들이 한 가지만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스트레스가 수면을 망가뜨리고, 수면 부족이 피로를 누적시키고, 피로가 의욕을 더 떨어뜨리는 식으로 연쇄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하나만 고쳐서는 잘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고, 이 연쇄를 전체적으로 풀어주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성욕저하는 한 가지 얼굴이 아닙니다. 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의 표현을 들어보면, 그 결이 제각각입니다.
욕구 자체의 감소로 오시는 분들은 “성적인 생각이 아예 안 들어요”, “아내가 다가와도 머릿속이 하얘져요”라고 말씀합니다. 반응이 느려진 분은 “자극이 있어도 몸이 반응하기까지 한참 걸려요”, “새벽에도 별 반응이 없어요”라며 불안해하십니다.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오후가 되면 기운이 빠지고, 추위를 유난히 타거나 반대로 얼굴에 열이 오르기도 합니다.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는 분도 있고,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시원치 않다는 분도 있습니다.
기분의 변화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예전보다 짜증이 잘 나거나, 반대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분도 계십니다. 아내 얼굴을 보면 미안한데, 가까워지려는 마음은 안 생기고, 그래서 자꾸 거리를 두게 된다고 합니다.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몸이 분명히 다르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압니다.”
이 여러 결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어느 하나만 고쳐야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그림을 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들

환자분들이 진료실에 앉아서 꺼내는 말은, 교과서에 적힌 “성욕이 감소합니다”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수치 심리를 떠나 진짜 구어로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그 안에 고민의 결이 선명합니다.
증상을 묘사하는 말
- “성적인 생각이 아예 안 들어요. 머릿속이 깨끗해요, 그냥.”
- “자극을 받아도 반응이 한참 늦어요. 예전 같으면 금방이었는데.”
- “새벽에도 아무 반응이 없어요. 이게 정상인 건지 모르겠어요.”
일상이 막히는 말
- “아내가 다가오면 자꾸 핑계를 대게 돼요. 피곤하다고, 내일 일찍 일어난다고.”
- “아내 얼굴을 보면 미안한데, 마음이 안 생겨요. 그래서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요.”
- “퇴직 앞두고 신경 쓸 일 많은데, 집에 오면 그냥 누워만 있고 싶어요.”
지쳐 가는 말
- “나이 탓인가 싶어서 그냥 두려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불안해요.”
- “수치는 다 정상인데 왜 이러는 걸까요. 혹시 큰 병이 숨어있는 건 아닌지.”
- “보양제도 먹어보고 운동도 해봤는데, 하루 이틀 좋아지면 다시 제자리예요.”
이 말들을 들으면서 제가 느끼는 건, 수치가 정상이라는 말이 오히려 더 답답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아프면 수치가 나쁜 거 아닌가, 그러면 내가 과민한 건가” 하는 자책이 거기에 겹칩니다. 하지만 과민이 아닙니다. 몸의 신호를 예민하게 읽고 있는 것입니다.
왜 자꾸 반복될까요?
성욕저하가 한 번 나타나고 끝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반복되거나 점차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연쇄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 수면 악화 → 피로 누적 → 의욕 저하 → 자존감 하락 → 스트레스 가중. 이 순환고리가 한 번 돌기 시작하면, 한 끊어진다고 멈추지 않습니다. 보양식을 먹거나 하루 푹 자면 잠시 좋아지지만,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연쇄의 출발점을 정리하지 않으면 한 두 개만 잡아놓아도 다른 데서 다시 당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은퇴 전후라는 시기 자체가 변화의 시기입니다. 일상 리듬이 바뀌고, 사회적 역할이 달라지고, 자기 정체성에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몸에 누적되면, 단순히 “쉬면 좋아진다”로는 안 넘어가는 단계에 이릅니다. 반복의 구조를 이해하면, 왜 한두 번의 수면·보양식으로는 부족한지가 보입니다.
한약은 어디를 돕는 방향일까요?

제가 성욕저하에 한약을 쓰는 이유는, 즉각적인 자극이 아니라 반복되는 자리를 안에서부터 정리하는 데 있습니다. 진통제나 자극제가 “지금 당장 반응하게 만드는” 역할이라면, 한약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몸의 환경을 만드는 방향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몇 가지 치법의 층위를 살핍니다. 먼저, 억눌리고 뭉친 기운을 푸는 소간해울(疏肝解鬱)의 방향입니다. 큰 스트레스를 겪은 뒤라면 간의 기운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풀리지 않으면 아무리 보(補)해도 몸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補)하기 전에 막힌 곳을 먼저 봅니다.
다음으로, 바닥난 에너지를 채우는 보신(補腎)의 방향입니다. 신(腎)은 생식과 성장을 주관하는 자리로, 스트레스와 노화로 기운이 고갈되면 욕구의 바닥이 비게 됩니다. 여기에 따뜻한 기운을 더하는 온신(溫腎)인지, 차갑고 건조해진 바닥을 적시는 자신(滋腎)인지, 사람마다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양심(養心)의 방향입니다. 불안과 잠 안 오는 밤이 반복되면 심(心)의 기운도 소모되는데, 이것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낮에 의욕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같은 성욕저하라도, 억눌린 분과 바닥난 분은 무게중심이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맥과 복진, 수면·기분·소화 패턴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에게 어느 층위가 더 필요한지를 정합니다. 처방명은 의료법상 말씀드릴 수 없지만, 치법의 방향은 이렇게 여러 겹으로 살핍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왜 불편할까요?
“수치는 정상인데 왜 이러냐”는 질문에 가장 솔직한 답은, 수치가 잡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입니다. 혈액검사는 특정 시점의 호르몬 농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호르몬이 분비되는 리듬, 자율신경계의 균형, 수면의 깊이, 스트레스가 몸에 남긴 흔적 — 이것은 단일 수치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어도, 그 분비가 새벽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코르티솔과의 균형이 무너져 있으면 몸은 “정상”이 아닙니다[2]. 검사가 정상이라는 건 큰 병이 없다는 의미이지, 불편이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수치 정상을 듣고 “그럼 내가 예민한 건가” 자책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수치가 잡지 못하는 영역”을 기(氣)와 혈(血)의 순환, 장부의 조화로 봅니다. 맥이 가늘고 힘이 없거나, 명치가 답답하거나, 아랫배가 차가운 느낌이 있다면 — 그것은 수치가 아닌 몸이 보내는 신호이고, 한의학은 그 신호를 읽는 학문입니다.
진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제 진료실에서는 문진부터 시작합니다. 언제부터 이런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수면은 어떤지, 소화는 어떤지, 기분의 변동은 있는지 — 하나하나 여쭙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분 스스로도 “아, 그 일 이후부터였나” 하고 정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진과 복진은 한의학 진료의 핵심입니다. 맥의 깊이·넓이·힘을 통해 기혈의 상태를 읽고, 복진에서 명치의 긴장, 아랫배의 차가움, 옆구리의 뭉침을 확인합니다. 이것이 수치를 보완하는 정보가 됩니다.
필요하면 기존 검사 결과를 함께 보고, 복용 중인 약물이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한약과 양약이 충돌하지 않도록 살피는 것이 중요하고, 만성 질환이 있다면 현재 주치의와의 협진 방향도 상의합니다. 한의학 진료는 현대의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점을 환자분께 미리 말씀드립니다.
어떤 유형으로 나뉠까요?
성욕저하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원인과 체질에 따라 몇 가지 유형이 보입니다. 유형마다 접근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나누어 보는 것이 진료의 첫걸음입니다.
간기울결형은 큰 스트레스를 겪은 뒤 욕구가 갑자기 꺼진 분들입니다. 옆구리가 답답하고, 짜증이 잘 나며, 기분이 들쪽날쪽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기운이 막혀 있으니, 아무리 보(補)해도 몸에 안 들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막힌 기운을 먼저 푸는 방향을 잡습니다. 이것이 풀리면 몸 전체의 순환이 돌기 시작하고, 그 다음에 보(補)하는 것이 비로소 몸에 닿습니다.
명문화쇠형은 차가운 기운이 바닥에 깔린 분들입니다. 추위를 많이 타고,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며, 소변이 잦거나 시원치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전체적으로 몸이 무겁고 차갑습니다. 이런 분은 신장의 따뜻한 기운을 보강하는 온신장양(溫腎壯陽)의 방향이 필요하고, 바닥의 온도를 올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심비양허형은 생각이 많고 소화가 약한 분들입니다. 은퇴를 앞두고 이것저것 걱정이 많아지면 심장과 비장의 기운이 함께 소모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밥맛이 없고, 잠이 안 오는 패턴입니다. 이런 분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소화를 돕는 보익심비(補益心脾)의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하초습열형은 체격이 있고 음주가 잦았던 분들에게 보입니다. 하복부가 무겁고, 대소변이 시원치 않으며, 몸이 무거운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먼저 노폐물과 열을 정리하는 청열이습(淸熱利濕)의 방향이 필요하고, 정리가 된 뒤에 보(補)하는 순서를 잡습니다.
은퇴 전후의 50대 남성이라면, 대개 간기울결과 명문화쇠가 겹친 유형이 많습니다. 큰 스트레스로 기운이 막히고, 동시에 나이와 함께 바닥 에너지가 줄어드는 복합 상태입니다. 이 두 층위를 어떤 순서로, 어떤 비율로 다룰지가 진료의 핵심입니다.
회복은 어떤 순서로 갈까요?

성욕저하의 한약 치료는 하루아침에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는 과정이 아닙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로 몇 단계를 거치면서 서서히 변화가 옵니다.
첫 달은 전체 컨디션이 정리되는 시기입니다.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아침에 덜 피곤하며,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부터 옵니다. 성욕 자체의 변화는 아직 뚜렷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운이 좀 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먼저 하십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욕구보다 기반이 정리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 것입니다.
둘째 달부터는 욕구의 신호가 조금씩 돌아옵니다. 성적 생각이 가끔 떠오르거나, 파트너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잠깐 생기는 정도입니다. 남성의 경우 새벽 반응이 가끔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아직 “완전히 돌아왔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아, 이게 막혀 있었구나” 하는 감각이 옵니다.
셋째 달 무렵이 되면, 회복된 기운이 일상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시작합니다. 의욕이 올라오는 빈도가 잦아지고, 불안감이 줄어들며,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자연스러움이 조금씩 돌아옵니다. 이 시기에는 한약과 함께 일상 리듬, 운동, 수면 관리가 함께 받쳐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복은 한 번에 오지 않습니다. 좋아지고 멈추고, 또 좋아지는 계단을 오르는 것에 가깝습니다.
좋아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오래 고생하신 분일수록, “이게 좋아지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성욕저하는 통증처럼 명확한 지표가 아니라서, 변화를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는 것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 아침 기상이 수월해집니다 — 전에는 알람을 세 번 네 번 끄고 일어났는데, 한두 번에 일어나게 됩니다.
- 오후의 기운 빠짐이 줄어듭니다 — 예전에는 세 시만 되면 졸리고 기운이 떨어졌는데, 그 시간대가 견딜 만해집니다.
- 성적 생각이 가끔 떠오릅니다 — 의도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욕구의 신호가 올라옵니다.
- 아내와의 거리감이 줄어듭니다 — 핑계를 대기보다 자연스럽게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 불안감이 가라앉습니다 — “영원히 이런 건가” 하는 두려움이 줄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옵니다.
이런 변화는 동시에 오지 않습니다. 한두 개가 먼저 움직이고, 나머지가 따라옵니다. 중요한 것은 좋아지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맞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한두 달 좋아지다 멈추면, 그때는 치료의 무게중심을 조정하면 됩니다.
어떤 신호가 위험할까요?
성욕저하 대부분은 기능적 문제이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신호가 있습니다. 진료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다른 질환이 숨어있지 않은지입니다.
발기부전과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욕구는 있는데 신체 반응이 안 따르는 것은 발기부전이고, 욕구 자체가 없는 것이 성욕저하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진료에서 구분하여 접근합니다.
우울증이 성욕저하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흥미 상실, 무망감, 식욕 변화가 동반된다면, 이는 단순한 스트레스 반응이 아니라 전문적 평가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을 권유드립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대사율이 떨어지면서 전신 무기력과 성욕 저하를 동반합니다. 피검사로 확인이 가능하니, 아직 검사를 안 하셨다면 꼭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약물 부작용도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원인일 수 있고, 특히 항우울제, 탈모약, 혈압약 일부가 성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3]. 주치의에게 상의하여 약물 조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한의학 진료의 첫 단계입니다. 큰 병이 아니라는 확인이 있어야, 안심하고 한의학적 접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뇌하수체 종양이나 만성 질환의 초기 신호로 성욕저하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에, 새로운 두통, 시야 변화, 체중의 급격한 변화가 동반된다면 반드시 먼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참고문헌
[1] 성욕저하는 성적 욕구·환상·반응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상태로, 성욕감퇴장애(HSDD)로 분류됩니다. (대한성의학회)
[2]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범위여도 스트레스·수면·만성 질환이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Mayo Clinic - Low Sex Drive)
[3] 항우울제·탈모약·혈압약 등 특정 약물이 성욕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복용 약물 확인이 필요합니다. (American Sexual Health Association)
[4] 성 건강의 기본 정보와 성문제 관련 일반 자료를 제공합니다. (NIH MedlinePlus - Sexual Health)
[5] 동의보감 잡병편 — 허로·음위의 병리와 치법
[6] 청강의감 강의본 — 가감우귀음(加減右歸飮) 등 신(腎) 보강 처방의 임상 운용
자주 묻는 질문
네, 가능합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어도,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균형 변화, 수면 질 저하, 자율신경계 불균형 등 수치로 잡히지 않는 요인이 성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수치가 정상이라는 건 큰 병이 없다는 의미이지, 불편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스트레스 직후의 성욕저하는 자율신경계가 교감 우위로 고정되면서 생기는 반응일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수면과 피로가 누적되면 반복 구조가 만들어져 오래갈 수 있습니다.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진료를 통해 그 연쇄를 끊는 방향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 듦에 따른 자연스러운 감소가 있는 것과, 삶의 질이 흔들릴 만큼 의욕이 사라지는 것은 다릅니다. 특히 스트레스 사건 뒤 갑자기 전체가 꺼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몸이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들여다보고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로 2~3개월을 기준으로 합니다. 첫 달은 수면과 피로가 정리되는 기반 회복, 둘째 달부터 욕구의 신호가 조금씩 돌아오는 시기입니다. 한약과 함께 수면·운동·일상 리듬 관리가 받쳐주면 변화가 더 안정적으로 옵니다.
보양식이나 영양제는 단기적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기운이 막혀 있거나 수면 리듬이 깨진 상태에서는, 보(補)해도 몸에 흡수되지 않고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힌 곳을 먼저 풀고 바닥을 정리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합니다.
성욕저하를 혼자 안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파트너에게 '몸이 좀 지쳐서 그런 것 같다, 치료를 받아보려고 한다' 정도로 말씀하시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파트너의 이해가 있으면 회복 과정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진료에서도 이 부분을 함께 상의할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 탈모약, 혈압약 일부 등은 성욕 저하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물 목록을 진료 시 말씀해 주시면, 한약과의 상호작용과 함께 약물 영향 여부를 살펴봅니다. 필요하다면 주치의와 약물 조정을 상의하는 방향을 안내해 드립니다.
은퇴로 스트레스 원인이 줄어들면 일부 호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 자체가 또 다른 변화(역할 상실, 일상 리듬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자동으로 좋아진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은퇴 전후로 몸의 균형을 미리 정리해 두면, 그 시기를 더 안정적으로 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러 곳을 다녀도 좀처럼 낫지 않아 마음까지 지친 분들을 오래 곁에서 지켜봐 온 한의사입니다.
- 경기과학고 졸업
- 경희대학교 한의예과 졸업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 현) 백록담한의원 대표원장
- 전) 미올한의원 인천송도점 대표원장
- 전) 미올한의원 강남본점 원장
- 전) 돌봄한의원 서초본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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