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고 藥攷 · 고금의고 019
약액은 장을 지나간다
경구 한약의 국소작용과 전신작용을 나누어 묻기
경구 한약의 작용은 장강에서 혈액으로 넘어가는 단일 통로가 아니라 용해·미생물 대사·점막 접촉·흡수·간 대사·전신 분포가 겹치는 과정이며, 병소의 깊이에 따라 가능한 작용과 한계가 달라진다.
달인 약을 마시면 약액은 먼저 위와 장의 안쪽을 흐른다. 그런데 약효를 설명할 때 우리는 흔히 그 장면을 건너뛴다. 유효성분이 흡수되고 혈중농도가 올라 표적 조직에 도달한다는 그림만 떠올린다. 그 그림은 옳지만 불완전하다. 경구 약물은 혈액에 도착하기 전부터 용해되고, 산과 효소를 만나며, 미생물에 의해 잘리고, 점액층과 상피에 접촉한다. 흡수되지 않은 몫조차 장 안에서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약동학의 고전적 언어는 흡수·분포·대사·배설이다.1 이 네 글자는 약물이 몸속으로 들어간 다음만을 뜻하지 않는다. ‘흡수’ 앞에는 제형이 풀리고 성분이 용출되는 과정이 있으며, 장벽을 통과하지 못한 성분은 대변으로 나갈 때까지 장강의 환경과 접촉한다. 탕약처럼 수십 종의 저분자·배당체·다당류·무기이온이 함께 있는 혼합물에서는 각 성분의 길이 서로 다르다.
첫 번째 작용 공간은 장강이다. 삼투성 물질은 물의 이동을 바꾸고, 자극성 성분은 분비와 운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대황·센나의 사하작용을 만드는 센노사이드는 소장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은 채 대장에 도달한 뒤 세균 효소에 의해 활성 대사물로 바뀌어 대장 운동과 수분 이동에 작용한다.4 이것은 ‘흡수되지 않았으니 효과가 없다’는 추론이 틀릴 수 있음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두 번째 공간은 미생물이다. 배당체는 당이 붙어 있어 그대로는 흡수가 낮다가 장내 세균의 효소가 당을 떼어 내면 다른 흡수성과 활성을 지닌 물질이 된다. 반대로 약 성분은 특정 균의 성장과 대사산물을 바꿀 수 있다. 전통 약물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은 이 양방향성을 강조한다.2 그러므로 약효는 ‘약재의 성분’만이 아니라 약재-미생물-숙주의 공동 대사에서 생길 수 있다. 다만 특정 균 변화가 사람의 임상효과를 곧바로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공간은 점액층과 상피다. 장벽은 비닐막이 아니라 점액, 상피세포의 치밀결합, 면역세포, 혈관과 신경이 이어진 살아 있는 경계다.5 어떤 성분은 상피 수용체와 운반체에 작용하고, 어떤 성분은 장내 대사산물의 생성을 통해 장신경계와 점막 면역을 건드린다. 고분자 다당류처럼 전신 혈중농도로 설명하기 어려운 물질도 이 경계에서 미생물의 기질이나 점막 신호의 조절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부터는 문맥이 달라진다. 장벽을 통과한 성분은 문맥을 통해 간으로 가고, 장과 간의 대사를 거쳐 전신으로 분포한다. 황련의 대표 성분인 베르베린은 경구 생체이용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내 노출과 미생물 상호작용, 흡수된 소량과 대사체를 함께 보아야 한다.3 낮은 혈중농도는 ‘효과 없음’의 동의어가 아니지만, 그 자체로 모든 전신효과를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이 층위를 표로 놓으면 ‘직접작용’이라는 말의 모호함이 드러난다.
| 작용 공간 | 약물이 만나는 것 | 가능한 변화 | 해석의 한계 |
|---|---|---|---|
| 장강 | 수분, 담즙, 음식물 | 삼투, 용해, 흡착, 운동·분비 변화 | 장벽 밖 병소에 직접 닿지 않음 |
| 미생물층 | 세균 효소와 대사망 | 배당체 활성화, 대사산물 변화 | 균 조성 변화만으로 임상효과 확정 불가 |
| 점액·상피 | 장벽, 면역, 장신경 | 투과성·분비·감각 신호 조절 | 실험 농도와 임상 용량의 차이 |
| 문맥·간 | 대사효소와 운반체 | 초회통과 대사, 대사체 생성 | 상호작용과 간독성도 함께 고려 |
| 전신 | 혈액과 표적 조직 | 흡수 성분·대사체의 원격 작용 | 실제 노출량 확인 필요 |
이 구조는 한의학의 ‘귀경’을 현대 약동학으로 증명하지 않는다. 귀경은 약물의 임상적 방향성과 증후 관계를 조직한 전통 언어이고, 조직별 분포와 국소노출은 측정 가능한 물질의 이동이다. 다만 둘을 나란히 놓으면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소화기 처방의 방향성이 반드시 혈중농도 하나로만 설명되어야 하는가, 장강과 점막의 높은 국소노출이 처방 선택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장옹이나 게실염으로 돌아오면 경계는 더 중요해진다. 게실 내부는 장강과 연결되지만, 염증이 장벽을 넘어 장주위 지방과 장막, 복강에 이르면 약액이 그곳을 직접 씻는 것이 아니다. 농양은 혈류와 면역, 조직 압력, 배액 여부가 지배하는 닫힌 공간이다. 천공·농양·복막염에서 경구 한약의 ‘장에 직접 닿는 효과’를 근거로 영상, 항균치료, 배액이나 수술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급성 위험이 배제된 뒤의 경련, 배변 이상, 점막 회복, 식이 변화에 따른 과민성은 장강-미생물-상피의 층위가 실제 임상 질문이 되는 영역이다. 이때도 처방은 가능한 기전의 목록이 아니라 환자의 증후와 치료 목표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황이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염증을 ‘내린다’고 말하거나, 다당류가 있다는 이유로 장벽을 ‘회복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용량, 포제, 배합, 투여 기간, 환자의 장운동과 간·신장 기능이 약의 길을 바꾼다.
경구 한약은 흡수된 뒤에야 비로소 약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장을 지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장 질환에 곧바로 직접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약액은 장강을 흐르는 동안 이미 생태계와 경계를 만나고, 그 일부가 문맥과 혈액으로 건너가 다른 공간에서 다시 작용한다. 소화기 약효를 제대로 묻는 일은 ‘국소냐 전신이냐’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성분이 어느 층에 얼마나 머물며 어떤 병소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차례로 묻는 일이다.
자료와 근거
참고 문헌 5편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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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개론
Pharmacokinetics
Mansoor A, Mahabadi N. Pharmacokinetics. StatPea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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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논문
Interactions betwee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nd gut microbiota
Feng W, et al. Pharmacological Research. 2019;144:14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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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논문
Berberine and its study as an antidiabetic compound
Habtemariam S. Molecules. 2020;25: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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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약물자료
Senna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LiverTox: S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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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논문
Intestinal barrier function and health
Camilleri M. Mayo Clin Proc. 2019;94:1514-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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