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고 證攷 · 고금의고 017
장옹腸癰 — 보이지 않는 농을 어떻게 알았는가
《금궤요략》의 두 조문에서 장옹의 임상 언어를 다시 읽다
장옹은 하나의 해부학적 병명이라기보다 복부 깊은 곳의 국소 화농을 외부 징후의 배열로 판별하고, 아직 풀어 내릴 단계와 이미 농이 맺힌 단계를 구분하려 한 임상 범주였다.
장의 벽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던 시대에 ‘장에 옹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은 대담한 진단이었다. 옹(癰)은 본래 몸의 어느 자리에 열과 부종과 통증이 모이고 마침내 농이 되는 형상을 가리킨다. 피부의 옹은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옹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이름은 해부를 통해 확인한 병변의 명칭이기 전에, 몸 바깥에서 포착한 여러 징후가 복부 깊은 곳의 국소 화농을 가리킨다는 판단이었다.
《금궤요략》의 첫 조문은 그 판단이 어떤 순서로 이루어졌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원문 腸癰者,少腹腫痞,按之即痛如淋,小便自調,時時發熱,自汗出,復惡寒,其脈遲緊者,膿未成,可下之,當有血。脈洪數者,膿已成,不可下也,大黃牡丹湯主之。
번역 장옹은 아랫배가 붓고 막힌 듯하며, 누르면 곧 아파서 임병과 비슷하지만 소변은 저절로 정상이다. 때때로 열이 나고 저절로 땀이 나며 다시 오한이 든다. 맥이 지긴하면 농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므로 아래로 내릴 수 있고 마땅히 피가 나온다. 맥이 홍삭하면 농이 이미 이루어진 것이므로 [함부로] 하법을 써서는 안 된다. 대황목단탕이 주치한다.1
첫 단서는 ‘소복종비’다. 단순히 배가 아프다는 말이 아니라 하복부에 국소적인 팽창과 막힘의 형상이 있다. 이어지는 ‘안지즉통’은 병소가 손의 압력에 반응한다는 뜻이다. 통증이 배뇨와 닮았다는 이유로 비뇨기 질환을 떠올리지만, 조문은 즉시 ‘소변자조’를 붙여 그 길을 닫는다. 여기에 간헐적인 발열, 자한, 오한과 맥이 더해진다. 장옹은 어느 한 증상의 이름이 아니라 위치, 촉진, 인접 장기의 기능, 전신 반응을 교차시킨 결과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진단 다음에 곧바로 시간이 들어온다는 점이다. ‘농미성’과 ‘농이성’은 병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지금 어느 단계인가를 묻는다. 같은 하복부 종통이라도 아직 혈과 열이 엉겨 농으로 고정되지 않은 때와, 이미 국소 화농이 성립한 때의 치료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구별이 오늘의 병리 단계와 정확히 대응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고대 임상의가 복부의 깊은 염증을 정지된 이름이 아니라 변하는 과정으로 보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같은 편의 다른 조문은 전혀 다른 장면을 그린다.
원문 腸癰之為病,其身甲錯,腹皮急,按之濡,如腫狀,腹無積聚,身無熱,脈數,此為腹內有癰膿,薏苡附子敗醬散主之。
번역 장옹이라는 병은 몸의 피부가 비늘처럼 거칠고, 복피는 팽팽하지만 눌러 보면 부드러우며 부은 듯하다. 배 안에 뚜렷한 적취가 없고 몸에는 열이 없으나 맥은 빠르다. 이는 배 안에 옹농이 있는 것이니 의이부자패장산이 주치한다.2
여기에는 뚜렷한 고열도, 손에 잡히는 적취도 없다. 복피는 긴장되어 있는데 그 아래는 부드럽다. 겉과 속의 감촉이 어긋난다. 피부의 갑착은 오래된 소모와 순환의 정체를 연상시키고, 열이 없는데 맥이 빠르다는 불일치가 병소의 은폐를 암시한다. 첫 조문이 한열과 하복부 압통이 선명한 발동 장면이라면, 둘째 조문은 농이 안에 남아 있으나 전신의 열상은 희미해진 장면으로 읽힌다.
대황목단탕과 의이부자패장산의 차이도 이 두 장면에서 읽어야 한다. 전자는 대황·목단피·도인·동과자·망초로 막힌 것을 밀어 내고, 어혈과 열의 결집을 풀며, 아래로 배출하는 힘을 세운다. 후자는 의이인과 패장초에 소량의 부자를 배합한다. 농을 다루면서도 차고 쇠한 몸, 오래 끌어 배출력이 둔해진 국면을 함께 본다. 같은 ‘장옹’ 아래 두 처방이 놓인 것은 병명이 처방을 자동 선택하는 체계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후대 의서가 장옹을 소장옹과 대장옹으로 나누고, 미농·농성·농체 같은 단계를 세분한 것은 이 모호한 깊이에 해부학과 시간의 좌표를 더하려는 시도였다.3 그러나 복부를 열어 병소를 확인할 수 없었던 조건에서 그 좌표는 언제나 촉진과 배설, 한열과 맥의 조합에 의존했다. 바로 그 때문에 장옹은 넓었다. 오늘날의 충수염, 게실염, 장주위 농양, 골반 내 화농성 질환의 일부가 그 임상 형상 안에 들어올 수 있지만, 어느 하나가 장옹 전체를 독점하지는 않는다.
현대의 게실염이라는 진단은 장벽의 게실, 주변 지방의 염증, 농양과 천공을 영상과 수술 소견으로 구분한다. 이 질환 개념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병리학과 수술이 결합하며 구체화되었다.4 따라서 옛 의서가 게실을 ‘몰랐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게실이라는 해부학적 구조와 미세천공의 병리를 알지는 못했지만, 국소 압통, 충격에 예민한 통증, 한열, 배설의 변화, 복벽의 긴장으로 복부 깊은 곳의 염증을 추적하는 임상 문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장옹을 오늘 다시 읽는 이유는 옛 이름을 현대 진단 위에 덮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영상검사가 있는 시대에도 복통은 한 장의 영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병은 시간에 따라 생기고 가라앉으며, 장강·장벽·장막·복벽 가운데 어느 층이 자극되는지에 따라 움직임과 압력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 《금궤요략》의 조문은 이 복잡성을 ‘소복종비’와 ‘안지즉통’, ‘복피급’과 ‘안지유’ 같은 짧은 말로 보존했다.
다만 오늘의 급성 복통에서 이 언어는 응급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심해지는 국소 통증, 발열, 구토, 복부 경직, 반발통, 보행이나 기침에도 견디기 어려운 통증은 천공·농양·복막염을 배제해야 하는 신호다. 고전의 장옹이 남긴 가장 중요한 태도도 결국 같다. 보이지 않는다고 가볍게 여기지 않고, 손에 닿는 작은 차이와 전신의 변화를 묶어 병의 깊이와 때를 판단하는 일이다.
자료와 근거
참고 문헌 4편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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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원문
《金匱要略》 腸癰 조문: 大黃牡丹湯
張仲景, 《金匱要略》 瘡癰腸癰浸淫病脈證并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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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원문
《金匱要略》 腸癰 조문: 薏苡附子敗醬散
張仲景, 《金匱要略》 瘡癰腸癰浸淫病脈證并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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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 의서
《類證治裁》 大小腸癰論治
林佩琴, 《類證治裁》 卷之七 大小腸癰論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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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헌
Diverticular disease: epidemiology and management
Weizman AV, Nguyen GC. Diverticular disease: epidemiology and management. Can J Gastroenterol.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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