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비전형 치통, 치과에서 이상 없다는데 이가 계속 아플 때
하루 종일 서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송내동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 식당 주방에서 몇 시간씩 서 계시는 분, 이 나이에도 현장에서 발로 뛰시는 분. 저녁이 되면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한데, 그런 것은 익숙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건 이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어금니 쪽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통증은, 처음에는 충치인가 해서 치과에 가봅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때로는 CT까지 찍어봅니다. 의사선생님이 “사진상으로는 이상이 없습니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픕니다. 분명히 아픈데, 사진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신경치료를 다시 해보기도 하고, 항생제를 먹어보기도 하고, 소염진통제를 늘려보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픕니다. 심지어 발치를 결심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를 뽑았는데도 그 자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뽑은 자리가 아프다니, 이제는 어디에 가서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럴 때 많이 검색해요 — “치과 이상 없는데 이가 아픔”, “신경치료 후 통증 안 사라짐”, “치아 뽑았는데도 아파요”
제가 진료실에서 이런 분들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꾀병이 아니에요. 검사에서 이상이 안 나온다고 해서 통증이 가짜인 건 아닙니다. 통증은 분명히 존재하고, 원인이 있습니다. 다만 그 원인이 치아 안에 있지 않을 뿐입니다.
치아에 이상이 없는데 왜 아플까요?
비전형 치통은 치과적으로 치아나 잇몸에 아무런 기질적 이상이 없는데도, 특정 치아나 그 주변이 지속적으로 아픈 상태를 말합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를 지속성 특발성 안면통의 한 형태로 분류하며, 신경병성 통증의 범주에 둡니다[1].
핵심은 통증의 신호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입니다. 일반적인 치통은 치아 안의 신경(치수)이 충균이나 염증에 의해 직접 자극받아서 아픕니다. 그래서 치과에서 충치를 치우거나 신경치료를 하면 통증이 잦아듭니다. 그런데 비전형 치통은 그 경로가 다릅니다. 치아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치아에 연결된 삼차신경의 가지가 외상이나 염증 등의 이유로 수초(신경을 감싸는 절연 피막)가 손상되면서 통증 신호를 비정상적으로 발화합니다[2]. 신경이 과민해진 상태, 쉽게 말해 신경이 잘못된 알림을 계속 보내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마취를 해도 통증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있고, 강력한 진통제도 잘 듣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아를 치료해도, 뽑아도 통증이 남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통증의 근원이 치아가 아니라 신경 자체의 변화에 있으니까요.
가장 흔한 오해 — “이를 뽑으면 끝날 거야”
치과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환자분 입장에서는 “그럼 이를 뽑아버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스러운 판단입니다. 아픈 걸 찾아서 떼어버리고 싶은 거죠.
그런데 비전형 치통에서는 발치가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이 치아가 아니라 그 자리를 지나가는 신경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치아를 뽑아도 신경은 그대로 남아서 여전히 잘못된 신호를 보냅니다. 오히려 발치라는 또 다른 외상이 신경을 더 자극해서 통증이 심해지는 수도 있습니다. 일부 환자분들은 “뽑은 자리가 아프다”며 더 큰 당혹감을 느끼십니다[2].
통증이 있는 자리와 통증을 만드는 자리가 다를 수 있다는 게, 이 질환을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한의학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통증을 오랫동안 치통(齒痛)의 변증 안에서 다뤄왔습니다. 단, 한의학이 보는 통증의 자리는 치아 그 자체라기보다, 치아를 둘러싸고 지나가는 경락의 흐름입니다. 안면부에는 위경(胃經)과 대장경(大腸經)이 주요하게 지나가는데, 이 경락을 따라 기혈이 원활하게 순환해야 치아 주변이 편안합니다.
고전에서는 “통하면 아프지 않고, 막히면 아프다(通則不痛 不通則痛)“라고 했습니다. 이는 통증이 단순히 국소의 문제가 아니라, 흐름이 막힌 데서 비롯된다는 관점입니다[3]. 비전형 치통에서도 안면부 경락의 기혈 순환이 막히거나 더뎌지면서, 치아 주변의 신경이 자극을 받고 통증 신호가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하나 더, 허화상염(虛火上炎)이라는 개념이 들어옵니다. 몸 안의 음액(진액, 수분, 영양을 포괄하는 개념)이 부족해지면, 그 부족함을 메우려고 몸이 가짜 열(虛火)을 만들어냅니다. 그 열이 위로, 머리 쪽으로 치솟으면서 안면부의 신경을 자극합니다. 마치 물이 말라가면서 땅이 갈라지듯, 음액이 바닥난 상태에서 열이 위로 올라오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치아 주변을 욱신거리게 하고, 밤에 더 심해지는 통증의 한 축이 됩니다.
현대의학이 말하는 “신경의 감작·이상 발화”와 한의학이 말하는 “경락의 기체혈어(氣滯血瘀)·허화상염”은, 같은 통증을 두 가지 언어로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무엇이 이 통증을 만들까요?
비전형 치통이 생기는 배경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신경이 과민해지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배경을 정리해드리면,
- 치과 치료 후 외상 — 신경치료, 발치, 임플란트 같은 시술이 삼차신경 가지에 물리적 자극을 주면서 신경이 과민해지는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1].
- 만성 스트레스와 긴장 — 늘 긴장 상태로 일하시는 분들은 몸 전체의 긴장도가 높아져서 안면부 근육·신경이 이완될 틈이 없습니다. 기운이 뭉치고 경락이 막히는 구조입니다.
- 음액 소모와 허(虛) 상태 — 60대가 넘으면서 몸의 진액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거기에 장시간 서서 일하는 피로가 누적되면 음액 부족이 더 뚜렷해지고, 허화가 위로 치솟기 쉬워집니다.
-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 — 밤에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고, 못 자서 피로가 쌓이고, 피로가 쌓여서 통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입니다.
- 호르몬·체질적 요인 — 폐경기 전후의 여성에게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지만, 남성에게도 스트레스·피로·체질 요인이 겹치면 발생합니다[1].
- 환절기·온도 변화 — 실내외 온도 차이가 크면 신경이 더 민감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요인들이 한꺼번에 작용합니다. 치과 시술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그 뒤를 받치는 스트레스·피로·음액 부족이 없다면 신경이 이렇게까지 과민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치과 시력이 없더라도 스트레스와 피로가 극심한 분에게 비슷한 양상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비전형 치통의 통증은 일반적인 치통과 질감이 다릅니다. 한 가지로 뭉뚱그려지지 않아서, 환자분들이 말씀하시는 표현도 다양합니다.
찌릿하면서도 묵직한 통증이 가장 흔합니다. 충치가 파고드는 날카로운 아픔이라기보다, 뼈 안쪽에서부터 은근히 저려오는 느낌입니다. 어떤 분은 “전기가 통하는 것 같다”고 하고, 어떤 분은 “계속 욱신거린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 보면 저녁 무렵에 통증이 더 뚜렷해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신경의 민감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밤에 누우면 더 아픈 분도 있습니다. 머리가 낮아지면서 안면부의 혈류가 변하고, 그 자극을 과민한 신경이 통증으로 번역합니다. 잠들기 직전에 가장 아파서 이리저리 뒤처이다가 새벽에 겨우 잠드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찬물·따뜻한 물에 반응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찬 물을 마실 때 찌릿하고, 어떤 분은 따뜻한 것이 오히려 불편합니다. 일반적인 치아 과민증과 다른 점은, 같은 온도인데도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아프다는 것입니다. 치아의 상태가 바뀐 게 아니라 신경의 민감도가 그날그날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게에서 일하시다가 갑자기 통증이 밀려오면, 얼굴을 찡그리게 되고 손님 앞에서 표정 관리가 안 됩니다. “괜찮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아니요”라고 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통증이 어디서 오는 건지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나이에 치과를 몇 번이나 다녔는데도 원인을 못 찾았다는 말을 하기가 민망합니다. 차라리 혼자 참습니다.
검사가 정상이어도 불편할 수 있어요 — 엑스레이·CT에서 이상이 없다는 것은 치아에 구조적 문제가 없다는 뜻이지, 통증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환자분들이 진료실에서 하시는 말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의 표현을 몇 가지 옮겨봅니다. 비슷한 말을 하고 계신다면, 혼자가 아닙니다.
증상을 묘사하는 말:
- “분명히 아픈데 사진에는 왜 아무것도 안 나오나요”
- “뼈 안쪽에서 저리는 게 밤에 더 심해요”
- “찬물이나 더운물이 올 때마다 찌릿해요”
- “어금니 쪽이 계속 욱신거려서 저녁이면 표정이 굳어요”
일상이 막히는 말:
- “가게에 서 있으면 저녁부터 얼굴이 다 저려와요”
- “손님한테 웃어야 하는데 아파서 표정 관리가 안 돼요”
- “밤에 아파서 잠을 못 자니까 낮에 일을 못 하겠어요”
- “이 나이에 치과를 다섯 번째 가는데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쳐 가는 말:
- “뽑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뽑아도 아파요”
- “꾀병인가 싶어서 참아보니까 더 힘들어요”
- “약을 먹어도 안 듣고, 안 먹으면 더 아프고”
- “의사선생님이 스트레스라고 하던데, 아픈 건 진짜잖아요”
이 말씀들을 듣고 있으면, 통증 자체만큼이나 “아프다는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이 크다는 걸 느낍니다. 치과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고, 가족이나 지인이 “스트레스 아니냐”고 하면, 환자분은 자기 통증이 부정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 외로움이 통증을 더 키웁니다.
왜 자꾸 반복될까요?
비전형 치통이 까다로운 이유는, 통증이 한 번 잦아들었다가도 다시 돌아온다는 데 있습니다. 약을 먹으면 좀 나아지는 것 같다가, 약을 줄이면 다시 아프고, 스트레스가 심한 주에 통증이 밀려오고, 환절기에 다시 시작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반복의 구조는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신경이 한 번 과민해지면, 그 민감도를 낮추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스트레스·피로·수면 부족이 겹치면, 갓 진정되려던 신경이 다시 예민해집니다. 마치 불이 꺼지려다가 바람이 불면 다시 살아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남은 불씨를 완전히 정리하지 않으면, 조건만 맞으면 다시 타오르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단기적인 통증 억제만으로는 반복을 끊기 어렵습니다. 진통제나 항경련제로 신경의 신호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동안에는 괜찮지만, 약을 줄이거나 생활의 긴장이 높아지면 다시 통증이 돌아옵니다. 항우울제·항경련제를 중단한 후 재발률이 50% 이상으로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4]. 약이 통증의 근본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잠시 줄이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한약은 어디를 돕는 방향일까요?
제가 이 통증에 한약을 권하는 이유는, 한약이 통증 신호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이 반복되는 환경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제가 진료실에서 살피는 치법의 층위는 대략 이렇게 나뉩니다.
첫째, 막힌 경락의 기혈 순환을 돕는 방향입니다. 안면부의 위경·대장경을 따라 기혈이 막혀 있으면, 그 막힘이 치아 주변 신경에 지속적 자극이 됩니다. 기운을 흐르게 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접근해서, 막힌 자리를 안에서부터 정리합니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고전의 원리를 임상에 옮기는 층위입니다.
둘째, 허화를 가라앉히고 음액을 채우는 방향입니다. 60대가 넘으면서 진액이 줄어들고, 거기에 장시간 서서 일하는 피로가 누적되면 음액 부족이 뚜렷해집니다. 음액이 부족하면 몸이 가짜 열을 만들어 위로 치솟게 하고, 그 열이 안면부 신경을 자극합니다. 음액을 보충하고 허화를 내리는 방향으로 접근해서, 열이 더 이상 위로 치솟지 않도록 바닥을 정비합니다.
셋째, 긴장과 수면을 안정시키는 방향입니다. 늘 긴장 상태로 일하시는 분들은 기운이 위로 뭉쳐 있습니다. 그 뭉친 기운이 안면부의 긴장을 높이고, 밤에 이완이 안 되어 통증이 심해집니다. 기운을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서, 신경이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같은 병이라도 사람마다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어떤 분은 허화가 강해서 음액을 채우는 데 무게를 두어야 하고, 어떤 분은 경락의 기체혈어가 뚜렷해서 순환을 여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합니다. 또 어떤 분은 긴장·불면이 통증의 메인 동력이라 수면 안정이 우선입니다. 저는 문진·맥진·복진을 통해 그 분의 통증이 어느 층위에서 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먼저 보고, 치법의 무게중심을 다르게 잡습니다.
진통제가 “통증 신호를 줄이는 역할”이라면, 한약은 “통증이 자꾸 돌아오는 자리를 안에서부터 정리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약 역시 낫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개인차가 있습니다. 다만 반복 구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증상 억제와는 역할의 무게가 다릅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왜 불편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검사가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의 차이를 아셔야 합니다. 엑스레이와 CT는 뼈의 구조, 치아의 내부, 충균의 유무, 농의 존재 여부를 봅니다. 이런 기질적 변화가 없으면 “이상 없음”이라는 판정이 내려집니다.
그런데 비전형 치통의 통증은 기질적 변화가 아니라 신경의 기능적 변화에서 옵니다. 신경이 더 예민해진 상태, 신경이 정상적인 자극도 통증으로 번역하는 상태는, 뼈 사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카메라로 찍어도 렌즈에 흠집이 안 보이지만, 센서가 고장 나서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구조는 멀쩡한데 기능이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검사가 정상인데 불편하다”는 말은 모순이 아닙니다. 검사가 보는 영역 밖에서 통증이 만들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진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제가 비전형 치통으로 오신 분을 진료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치과에서 받으신 검사 내용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엑스레이, CT, 신경치료 이력, 발치 여부, 복용하신 약물 — 이런 정보를 먼저 들어봅니다. 치과적 원인이 완전히 배제되었는지, 혹은 놓친 기질적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면 치과 협진을 권하기도 합니다.
그 다음으로 문진을 합니다. 통증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통증의 성질이 어떤지(찌릿한지, 욱신거리는지, 저린지), 하루 중 언제 심한지, 수면은 어떤지, 스트레스 상황은 어떤지를 여쭙습니다. 환자분이 “가게 서 있으면 저녁에 더 아파요”라고 하시면, 그게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맥진과 복진을 통해 몸의 전체 균형을 봅니다. 허화가 강한 분은 맥이 가늘고 빠르며, 복부에 긴장이 느껴집니다. 기혈이 막힌 분은 맥이 뻣뻣하게 당기는 느낌이 있고, 협륵부에 압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긴장이 주된 분은 상복부가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이 소견들을 종합해서 치법의 방향을 정합니다.
치료는 한약을 중심으로, 침·약침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면부 경락을 자극하는 침 치료로 국소 순환을 돕고, 한약으로 전체 균형을 정리하는 이중 접근입니다.
어떤 유형으로 나뉠까요?
제가 임상에서 자주 보는 유형은 대략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같은 비전형 치통이라도, 어디에 무게가 쏠려 있느냐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경락 기체혈어형은 통증이 비교적 뚜렷하게 한쪽에 치우쳐 있고, 안면부 근육이 긴장되어 있으며, 스트레스가 심할 때 통증이 악화되는 유형입니다. 장시간 서서 일하시고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자영업자분들에게서 자주 봅니다. 이런 분에게는 기운을 풀고 어혈을 소통시키는 치법에 무게를 둡니다. 경락이 열리면서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허화상염형은 밤에 통증이 심하고, 입이 마르고, 얼굴에 열감이 느껴지며, 피로가 뚜렷한 유형입니다. 음액이 바닥난 상태에서 가짜 열이 위로 치솟는 구조입니다. 60대 이상에서 진액 소모가 누적된 분에게서 많이 봅니다. 이런 분에게는 음액을 보충하고 허화를 내리는 치법에 집중합니다. 열이 가라앉으면서 밤 통증이 잦아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간기울결형은 스트레스가 통증의 직접적인 방아쇠가 되는 유형입니다. 가게 일이 꼬이거나 사람 관계가 힘들면 바로 그날 저녁 통증이 밀려오고, 주말에 좀 풀리면 통증도 줄어드는 패턴입니다. 기운이 뭉쳐서 위로 치받오르는 구조입니다. 이런 분에게는 울결을 풀고 기운을 조르는 치법을 우선합니다. 긴장이 풀리면서 통증의 빈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이 세 유형이 완전히 분리되는 건 아닙니다. 경락 막힘과 허화가 겹치는 분도 있고, 간기울결과 음액 부족이 동시에 있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변증은 한 번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변화를 보며 조정합니다.
회복은 어떤 순서로 갈까요?
한약 치료를 시작하면서 환자분들이 경험하는 변화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략의 순서가 있습니다.
첫째 단계, 통증의 빈도가 줄어듭니다. 매일 아프던 것이 이틀에 한 번으로, 주 3~4회로 빈도가 줄어드는 것을 먼저 느낍니다. 통증의 세기 자체는 아직 비슷하지만, “오늘은 좀 나았다”는 날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둘째 단계, 통증의 세기가 약해집니다. 욱신거리는 정도가 덜해지고,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듭니다. 가게에 서 있어도 저녁까지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 날이 늘어납니다.
셋째 단계, 밤 통증이 잦아듭니다. 수면이 좋아지면서 낮의 피로가 줄어들고, 피로가 줄어들면서 통증이 더 약해지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이 단계에서 환자분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걸 자주 봅니다.
넷째 단계, 반복의 간격이 벌어집니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한 번 아팠다가 다음에 아프기까지의 기간이 길어집니다. 주 단위였던 것이 월 단위로, 점점 간격이 벌어지는 방향입니다.
이 순서가 모든 분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증의 기간, 동반된 스트레스 상황, 음액 부족의 정도에 따라 속도가 다릅니다. 오래된 통증일수록 첫 단계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아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오래된 통증에 시달리신 분들은, “이게 좋아지는 건지 아닌지를 모르겠다”고 자주 말씀하십니다. 너무 오래 아팠기 때문에, 작은 변화를 잘感知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확인하는 변화 지표를 몇 가지 정리해 드립니다.
- 통증 없는 날이 늘어나는가 — 매일 아팠던 것이 며칠 간격으로 빈도가 줄고 있다면, 그 방향입니다.
- 밤에 잠을 자는 시간이 늘었는가 — 새벽에 깨던 것이 한 번에 새벽까지 자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면, 수면 안정이 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 저녁 통증이 덜해지는가 — 가게에서 서 있어도 저녁에 얼굴이 덜 저려온다면, 경락 순환이 개선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 약을 줄여도 통증이 돌아오지 않는가 — 항경련제나 진통제를 줄이는 과정에서 통증이 다시 밀려오지 않는다면, 반복 구조가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 찬물·따뜻한 물에 반응이 둔해지는가 — 예전에는 찬물만 마셔도 찌릿했는데, 이제는 반응이 덜하다면 신경의 민감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 스트레스 상황에서 통증이 덜 밀려오는가 — 예전에는 가게 일이 꼬이면 바로 통증이 왔는데, 이제는 그 정도로 안 온다면 기운 조절이 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변화들이 한 번에 오는 게 아니라, 하나씩 순서대로 나타납니다. 한 가지가 좋아지면 다음 것이 따라오는 식입니다. 그래서 진료 과정에서 “이번 주는 어떠셨어요?”를 구체적으로 여쭙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변화를 놓치면 방향을 조정할 기회를 잃기 때문입니다.
어떤 신호가 위험할까요?
비전형 치통은 치과적 원인을 배제한 후에야 진단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치과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신호가 있으면 먼저 치과·구강외과·신경과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빨리 봐야 하는 신호:
- 통증 부위가 계속 넓어지는 경우 — 한 치아에서 시작했는데 이틀, 사흘 만에 얼굴 한쪽 전체로 퍼진다면, 다른 원인(감염, 염증 확산)을 먼저 배제해야 합니다.
- 붓거나 붉어지는 경우 — 잇몸이나 뺨이 붓고, 눈으로 봐도 붉어진다면 기질적 염증일 수 있습니다. 비전형 치통은 부종을 동반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 열이 동반되는 경우 — 발열과 함께 통증이 심해진다면 감염성 원인을 의심해야 합니다.
- 시력·청력·안면 마비가 동반되는 경우 — 삼차신경 주변에 다른 병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신경과 진료가 우선입니다.
- 통증이 극도로 심해진 경우 — 이전과 비교해 통증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면, 새로운 기질적 원인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
감별해야 하는 질환:
- 삼차신경통 — 짧고 날카로운 전기 통증이 입술·턱·볼에 발작적으로 옵니다. 비전형 치통은 지속적 통증이므로 양상이 다르지만, 겹치는 부위가 있어 감별이 필요합니다[2].
- 치수염·치근단염 — 치과 엑스레이에서 확인 가능하므로, 반드시 치과 검진을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 상악동염 — 위 어금니 쪽 통증이 상악동염에서 올 수 있습니다. 코막힘·후비루가 동반되면 이비인후과 확인이 필요합니다.
- 턱관절 장애(TMD) — 턱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고, 관절에서 소리가 나며, 입이 잘 안 벌어지는 경우 턱관절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 편두통·긴장성 두통 — 두통이 치아 쪽으로 투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통의 패턴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위험 신호는 놓치지 않아야 해요 — 부음·열·마비·급격한 악화가 있으면 먼저 치과·신경과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가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한의학 진료가 치과 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전형 치통의 진단은 “치과적 원인을 배제한 후”에 성립하므로, 치과에서 충분한 검사를 받으신 후에 한의학적 접근을 고려하시는 순서가 맞습니다.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위의 신호가 나타나면, 언제든 치과·신경과 협진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하루 종일 서서 일하시는데 이가 아프면, 그건 다리 아픈 것과는 다른 종류의 지침입니다. 다리 아픈 것은 “수고했다”고 위로라도 받지만, 이가 아픈데 치과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위로를 받을 곳이 없습니다. “스트레스 아니냐”는 말은, 아픈 사람에게는 “네가 만들어낸 거 아니냐”로 들립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통증이 진짜라는 것입니다. 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신경의 환경을, 한약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막힌 경락의 순환을 돕고, 바닥난 음액을 채우고, 뭉친 긴장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통증이 반복되는 간격이 벌어지고 빈도가 줄어드는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단번에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걸리고, 과정에서 기복이 있습니다. 다만 “이 통증이 평생 갈까”라는 두려움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반복 구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송내동 가게에서 새벽까지 서 계신 분, 치과를 다섯 번째 다녀와도 원인을 못 찾아 지치신 분, 밤에 이가 아파서 잠을 못 이루시는 분 — 혼자 참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료실에서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통증이 왜 반복되는지, 한약으로 어디를 돕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1] 비전형 치통은 근관 치료를 받은 환자의 3~6%에서 발생하며, 40~50대 여성에서 압도적으로 호발하지만 남성에서도 스트레스·피로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한구강내과학회)
[2] 삼차신경의 수초 손상 및 감작으로 인한 신경병성 통증 기전과, 삼차신경통과의 감별 양상을 참고하였습니다. (Mayo Clinic - Trigeminal Neuralgia)
[3] 黃帝內經 素問 擧痛論篇 — “通則不痛 不通則痛” (경락 순환과 통증의 관계를 설명한 고전 원리)
[4] 항우울제·항경련제 중단 후 재발률이 50% 이상으로 높다는 보고를 참고하였습니다. (National Institute of Dental and Craniofacial Research)
자주 묻는 질문
네, 오히려 치과에서 기질적 원인을 배제한 후에 한의학적 접근이 의미가 있습니다. 비전형 치통은 치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의 과민화와 경락 순환 장애에서 오는 통증이기 때문에, 치과 검사를 먼저 받으신 후에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비전형 치통에서는 발치가 통증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의 근원이 치아가 아니라 그 자리를 지나는 신경에 있기 때문입니다. 발치 전에 한의학적 접근을 먼저 고려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약은 통증 신호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이 반복되는 환경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보통 통증 빈도가 줄고, 세기가 약해지고, 반복 간격이 벌어지는 순서로 변화가 나타납니다. 개인차가 있으며 시간이 걸립니다.
처방받으신 약은 임의로 중단하지 마시고, 진료 과정에서 복용 내역을 말씀해 주시면 함께 고려하여 접근합니다. 한약 치료 과정에서 약을 줄이는 것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치과 시술 후 남은 신경 자극이 과민해진 상태라면, 경락 순환을 돕고 허화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술과 관련된 기질적 문제가 남아 있는지는 치과에서 먼저 확인하신 후가 좋습니다.
네, 생길 수 있습니다. 비전형 치통은 여성 호발로 알려져 있지만, 남성에서도 만성 스트레스·피로 누적·음액 부족 등의 요인이 겹치면 발생합니다. 장시간 서서 일하시고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자영업자분들에게서 임상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차가 큽니다. 통증의 기간, 동반된 스트레스 상황, 음액 부족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보통 1~2개월 단위로 변화를 보며 방향을 조정하고, 통증 빈도와 세기가 줄어드는 경과를 확인합니다. 오래된 통증일수록 첫 변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전형 치통은 치과적 원인을 배제한 후에 진단이 성립하므로, 치과 검사를 먼저 받으시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의학 치료 과정에서도 부음·열·급격한 악화 등 새로운 신호가 나타나면 치과·신경과 협진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필요시 병행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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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원장 최연승 · 인천 송도 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