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동 비전형 안면통, 치과에서도 이상 없다는데 얼굴 통증이 반복될 때 | 백록담 건강정보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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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구월동 비전형 안면통, 치과에서도 이상 없다는데 얼굴 통증이 반복될 때

구월동 비전형 안면통, 치과에서도 이상 없다는데 얼굴 통증이 반복될 때

부모님 간병하시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실 겁니다. 내 몸 돌볼 틈 없이 누군가를 돌보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고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얼굴 한쪽이 묵직하게 아프거나, 욱신거리는 통증이 찾아오면 마음까지 덜컥 내려앉으시죠. 치과에 가봐도 “치아는 깨끗하다” 하고, 신경과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면, 이제는 내 몸이 정말 고장 난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건지 답답한 마음만 남으셨을 겁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말이, 지금 느끼시는 통증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왜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을까요?

우리가 보통 통증을 느끼는 이유는 염증이 생겼거나, 신경이 물리적으로 눌렸거나, 혹은 종양이 있는 경우입니다. MRI나 CT, 엑스레이는 이런 ‘눈에 보이는 형태의 변화’를 찾는 검사입니다. 하지만 비전형 안면통은 다릅니다.

이 질환은 신경의 구조적인 손상이 아니라, 신경이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에 오류가 생긴 상태에 가깝습니다. 쉽게 말해, 전선(신경) 자체는 끊어지지 않았는데, 전압이 불안정해서 계속해서 가짜 통증 신호를 뇌로 보내는 상황인 거죠 [1]. 특히 50대 여성분들은 갱년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와 더불어, 누적된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가 신경계를 과민하게 만들어 이러한 ‘오작동’이 더 쉽게 일어납니다 [2].

얼굴 통증,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바라볼까요?

한의학에서는 이를 면통(面痛)의 범주에서 살핍니다. 얼굴은 우리 몸의 모든 양기가 모이는 ‘제양지회(諸陽之會)‘라 하여, 몸 전체의 상태가 가장 민감하게 투영되는 곳입니다.

단순히 얼굴 피부나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기혈의 흐름이 막히는 불통즉통(不通則痛)의 원리로 접근합니다. 특히 간병과 같은 돌봄 노동으로 인해 심신이 소진되면, 기운이 뭉치는 기체(氣滯) 현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얼굴 쪽 경락을 막아 통증을 유발합니다. 또한, 진액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하는 허열(虛熱)이 안면 신경을 자극해 둔탁한 통증을 지속시키는 구조를 가집니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며, 일상을 어떻게 방해할까요?

비전형 안면통은 삼차신경통처럼 ‘전기 오듯 찌릿’한 날카로운 통증과는 결이 다릅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둔하고 모호한 양상을 보입니다.

  • 통증의 결: 욱신거림, 묵직하게 누르는 느낌, 얼굴 속이 타는 듯한 작열감, 혹은 멍멍하고 둔한 통증이 지속됩니다.
  • 범위의 모호함: 딱 여기라고 짚기 어렵고, 뺨에서 턱, 혹은 잇몸 근처까지 넓게 퍼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 상황별 악화: 유독 몸이 피곤한 저녁 시간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혹은 환절기 찬바람을 맞을 때 증상이 심해집니다.

특히 부모님을 돌보며 내 쉬는 시간조차 부족한 상황에서는, 통증 자체가 주는 고통보다 “언제 또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아무도 내 통증을 몰라준다”는 고립감이 더 크게 다가오곤 합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들

제가 진료실에서 뵙는 분들은 보통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증상 묘사 “치과에서는 멀쩡하다는데, 잇몸 속에서부터 욱신거리는 느낌이 나요.” “얼굴 한쪽이 계속 묵직하고, 마치 무거운 게 눌려 있는 것 같아요.” “가끔은 화끈거리고 시린 느낌이 섞여서 나타나요.”

일상이 막히는 상황 “통증이 심한 날에는 부모님 식사 챙겨드리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있어요.” “잠들기 전에 통증이 올라오면 잠을 설쳐서 다음 날 더 피곤해요.”

심리적 지침 “병원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다 정상이라니, 제가 정말 꾀병인 걸까요?” “치료를 받아도 그때뿐이고 자꾸 도져서 이제는 포기하고 싶어요.”

자꾸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치료를 받아도 자꾸 도지는 이유는, 통증이라는 ‘결과’만 지우려 했기 때문입니다. 진통제로 일시적으로 신호를 끄거나, 신경차단술로 잠시 감각을 무디게 하는 것은 임시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증을 일으키는 **‘몸의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신경은 언제든 다시 과민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돌봄 노동으로 인해 운동할 시간조차 없고, 수면 부족과 정서적 소모가 계속되는 환경은 신경계의 회복력을 떨어뜨려 재발의 굴레를 만듭니다.

한약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돕는 것일까요?

저는 비전형 안면통 환자분들께 단순한 진통 효과가 아닌, 신경계의 안정과 회복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약을 권합니다.

한약은 사람마다 다른 통증의 무게중심을 맞추는 도구입니다.

  1. 막힌 기운 뚫어주기(소간해울): 스트레스로 뭉친 기운을 풀어 얼굴 쪽으로 뻗친 열을 내려줍니다.
  2. 정체된 혈액 정리하기(활혈거어): 오랜 통증으로 인해 안면 경락에 정체된 어혈을 제거하여 순환을 돕습니다.
  3. 부족한 진액 채우기(음허보양): 소모된 기혈을 보충하여 신경이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쿠션’을 만들어주는 과정입니다.

진통제가 강제로 스위치를 끄는 것이라면, 한약은 불안정한 전압을 안정시켜 스위치가 저절로 꺼지게 만드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진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먼저 환자분의 삶의 궤적을 듣습니다. 단순히 어디가 아픈지를 넘어,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는지, 수면의 질은 어떤지, 최근 어떤 감정적 소모가 있었는지를 세밀하게 살핍니다.

그 후 맥진(脈診)과 복진(腹診)을 통해 현재 몸의 균형이 어디로 기울었는지 확인합니다. 얼굴 통증이라고 해서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간(肝)의 울결이나 비(脾)의 허약함 등 통증의 뿌리가 되는 내부 장기의 상태를 파악하여 처방의 무게중심을 잡습니다.

어떤 유형으로 나뉠까요?

환자분마다 통증의 양상과 몸의 상태가 다르기에, 저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접근합니다.

**1. 스트레스와 긴장이 극심한 유형 **(간기울결형)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예민하신 분들에게 많습니다. 기운이 상체로 치밀어 오르며 얼굴에 열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는 막힌 기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처방을 우선합니다.

**2. 기력이 바닥나고 메마른 유형 **(음허화왕형) 갱년기 증상이 뚜렷하거나 오랜 간병으로 몸이 쇠약해진 분들입니다. 입마름, 손발 열감과 함께 둔탁한 통증이 오며, 이때는 부족한 진액을 채워 허열을 끄는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3. 통증 부위가 고정되고 무거운 유형 **(기혈어체형) 과거에 안면부 외상이 있었거나 만성 염증을 앓았던 분들입니다. 통증이 특정 부위에 머물러 있고 묵직한 느낌이 강하며, 이때는 혈액순환을 촉진해 정체된 어혈을 풀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회복은 어떤 순서로 갈까요?

개인차는 있지만, 보통 다음과 같은 단계로 회복 과정을 겪으십니다.

1단계: 통증의 강도와 빈도 완화 가장 먼저 욱신거리거나 묵직했던 통증의 절대적인 세기가 줄어듭니다. “전에는 매일 아팠는데, 이제는 며칠에 한 번꼴로 아프네요”라고 말씀하시기 시작합니다.

2단계: 통증의 결 변화 날카롭거나 괴로웠던 통증이 조금 더 무뎌지거나, 금방 사라지는 양상으로 바뀝니다. 통증에 매몰되어 있던 신경이 조금씩 안정되는 시기입니다.

3단계: 회복 탄력성 확보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전처럼 쉽게 통증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어제 조금 무리를 했는데도 오늘은 괜찮네요”라고 느끼시는 단계입니다.

4단계: 일상의 회복과 안정 얼굴 통증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사라지고, 다시 내 삶의 중심을 잡게 됩니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일상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되는 상태입니다.

좋아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회복은 계단을 오르듯 한 번에 일어나지 않고, 서서히 스며들듯 찾아옵니다. 다음과 같은 신호들이 보인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 통증이 나타났을 때, 예전보다 빠르게 가라앉는다.
  • 통증이 없는 ‘깨끗한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 아픈 부위를 만졌을 때 느껴지는 불쾌감이 줄어들었다.
  • 잠들기 전 얼굴의 긴장감이 덜하고 수면의 질이 올라갔다.
  • 통증 때문에 예민해졌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주의해야 할 위험 신호와 감별 질환

비전형 안면통과 비슷해 보이지만, 반드시 다른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정밀 검사를 권합니다.

  • 안면마비 동반: 입과 눈이 한쪽으로 비뚤어지거나 움직이지 않는 경우 (안면신경마비 가능성)
  •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 전기가 오듯 찌릿하며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짧게 반복되는 경우 (삼차신경통 가능성)
  • 감각 소실 및 저림: 단순히 아픈 것을 넘어 감각이 무뎌지거나 남의 살처럼 느껴지는 경우 (신경 손상 가능성)
  • 전신 증상: 고열, 체중 감소, 혹은 안면부의 뚜렷한 종괴(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

이런 위험 신호가 없다면, 비전형 안면통은 내 몸의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입니다.

참고문헌

[1] 비전형 안면통은 신경 구조의 이상 없이 발생하는 만성 통증입니다. (ICHD-3)
[2] 이 질환은 40~60대 여성에게서 높은 빈도로 나타나며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PubMed)
[3] 비전형 안면통의 진단과 예후, 치료 효과에 관한 임상 연구 결과입니다. (Journal of Orofacial Pain)
[4] 안면 신경계 질환의 일반적인 특성과 진단 지침입니다. (NINDS)
[5] 동의보감 잡병편 — 풍한과 기체로 인한 면통(面痛)의 치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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