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동 소아·청소년두통, 손주가 머리 아프다며 자꾸 보챌 때
은퇴하고 나서 손주를 돌보게 된 할아버지분이 진료실에 오십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머리 아파요” 하고 눈을 비비는데,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며 손을 내저으시는 분. 해열제를 먹이면 그날은 가라앉는데 며칠 지나면 또 “할아버니 머리 아파” 하는 게 반복된다고, 답답한 표정으로 말씀하십니다.
아이가 두통을 자주 호소하면, 부모님뿐 아니라 돌보시는 조부모님까지 함께 지치게 됩니다.
끼니도 불규칙해집니다. 학교 끝나고 학원 가고, 학원에서 돌아오면 밥을 대충 먹고 숙제하다 잠드는 패턴이 반복되는데, 그러다 보니 저녁을 거르거나 늦게 먹는 날이 많아집니다.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내가 밥을 제때 챙겨줬어야 했나” 하는 자책도 들고, 손주가 또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지십니다.
제가 이 글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이의 반복되는 두통에는 구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피곤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몸에서 무엇이 꼬여서 자꾸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지를 함께 살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두통은 성인과 어떻게 다를까요?
소아 두통은 만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겪는 두부 통증을 말합니다[1]. 성인 두통과 가장 다른 점은, 아이가 통증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머리가 아프다”가 아니라 보채거나, 구토하거나,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그냥 축 처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학령기 아동의 약 70~80%가 1년에 한 번 이상 두통을 경험하고, 약 10%는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두통을 앓는 것으로 보고됩니다[2].
통증의 양상도 다릅니다. 성인 편두통처럼 한쪽에 뚜렷하게 오기보다, 아이는 양쪽 이마나 관자놀이를 감싸 쥐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 시간도 짧아서 30분 만에 가라앉기도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아이가 겪는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한 번 가라앉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은 패턴으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성장하면 나아진다”는 맞을까요?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큰 다음엔 나아질 거예요”입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편두통 양상이 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검사상 이상이 없는데 두통이 반복되는 아이의 약 30~50%는 성인기에도 편두통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3].
“나이가 들면 나아진다”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두통이 올 때마다 수업을 빠지고, 학원을 쉬고, 친구들과 놀지 못합니다. 그 반복이 쌓이면 아이 본인도 “나는 머리가 약한 아이야”라는 자기 인식을 갖게 됩니다.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반복되는 패턴을 정리해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아이의 두통을 어떻게 봅니까?

한의학에서 머리를 두자제양지회(頭者諸陽之會), 즉 모든 양기가 모이는 곳으로 봅니다[4]. 양기가 위로 올라가 머리에 몰리는데, 그 양기가 순조롭게 돌지 못하고 막히면 통증이 생깁니다. “통즉불통, 불통즉통” — 소통되면 아프지 않고, 소통되지 않으면 아프다는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4].
아이들은 소양지체(少陽之體)라 하여 양기가 왕성하고 열이 많아서, 머리 쪽으로 열이 쉽게 몰립니다. 거기에 소화기가 아직 미성숙해서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담음(痰飮)이라는 노폐물이 쌓이면, 그 담음이 위로 올라가 머리를 막습니다. 또한 학업 스트레스나 또래 관계의 긴장으로 간기(肝氣)가 울결되면, 기운이 올라가야 할 곳에 못 올라가고 정체되면서 두통이 유발됩니다.
한의학에서 보는 아이 두통의 핵심은, 머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져서 머리로 몰리는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열이 위로 몰리고, 소화가 안 되어 노폐물이 쌓이고, 스트레스로 기운이 막히는 — 이 세 가지가 겹치면 두통은 반복됩니다.
무엇이 아이의 두통을 만들까요?
할아버지가 진료실에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인이 하나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여러 요인이 겹쳐 있습니다.
- 환절기 감기와 비염 — 일교차가 큰 봄·가을에 감기 기운이 있거나 코가 막히면, 부비동에 염증이 차서 두통이 동반됩니다. “감기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머리만 계속 아프다”는 사례가 많습니다.
- 불규칙한 식사와 소화 부담 — 학교·학원 일정으로 끼니를 거르거나 늦게 먹으면, 위장이 약해진 아이는 담음이 쌓이기 쉽습니다. 할아버지가 “밥 제때 안 먹은 날에 더 아파한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 수면 부족과 코골이 —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집니다. 코를 골거나 입으로 숨 쉬는 아이는 새벽에 두통을 호소합니다.
- 학업·관계 스트레스 — 시험 기간, 친구 갈등, 선생님과의 긴장 등 심리적 압박이 간기울결을 만듭니다. “시험 전날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는 아이가 있습니다.
- 거북목과 스마트폰 — 오래 고개를 숙이면 목 뒤의 근육이 긴장해서 두통으로 이어집니다. “스마트폰 오래 하고 나면 아프다”는 패턴입니다.
- 생리 주기(청소년 여성) — 사춘기 이후 여아는 호르몬 변화로 편두통이 급증합니다. 생리 전후로 두통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중 한 가지만 있는 아이보다, 두세 가지가 겹친 아이가 두통을 더 자주, 더 반복적으로 겪습니다.
아이의 두통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아이가 두통을 호소하는 방식은 연령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할아버지가 전해주시는 아이의 표현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거기에서 통증의 성격을 읽어냅니다.
초등 저학년(7~9세)은 통증 위치를 정확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머리가 아파요” 하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거나, 이마를 짚으며 서 있기도 합니다. 아프기 시작하면 울거나 보채고, 때로는 구토합니다. “아프다”고 말하기 전에 “배가 아프다”거나 “어지러워요”라고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 같은 두통이라도 아이가 느끼는 방식은 머리에만 있지 않습니다.
초등 고학년~중학생(10~14세)은 통증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여기가 찌릿찌릿해요” 하고 관자놀이를 짚거나, “머리가 띵해요” 하고 이마를 누릅니다. 시험 기간이나 학원 숙제가 많은 날에 집중되고, 아플 때 빛이나 소리에 예민해져서 “TV 꺼달라”거나 “방 어둡게 해달라”고 합니다.
아이가 “빛이 부셔요”거나 “소리가 크게 들려요”라고 하면, 그건 단순 피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시간대로 보면, 오후 3~5시에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아프다고 하는 아이가 많습니다. 하루의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신호를 보내는 시간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프다고 하는 아이는 수면 중 코골이나 비염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고, 시험 전날 밤에 아프기 시작하는 아이는 스트레스성 두통을 의심합니다.
아플 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듭니다. 숙제를 하다 말고 엎드리거나, 학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남거나, 저녁을 굶고 방에 들어가 누워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보기에 손주가 방에 틀어박혀서 “아프다”고만 하는 게 반복되면, 밥을 챙겨줘야 할지 약을 먹여야 할지 병원에 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진료실에서 전하는 말씀
제가 진료실에서 할아버지분들께 자주 듣는 말씀을 적어봤습니다. 아이가 직접 하는 말과 할아버지가 관찰한 상황이 섞여 있습니다.
- “손주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머리 아프다며 울어요”
- “해열제 먹이면 그날은 괜찮은데 며칠 지나면 또 같아요”
- “밥을 제때 못 먹은 날에 유독 더 아파하는 것 같아요”
- “시험 기간만 되면 꼭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를 안 가려고 해요”
- “아프다고 방에 들어가 누워만 있어서 속상해요”
- “소아과에서는 이상 없다고 했는데 계속 아프다니까요”
- “빛이 부시다며 커튼 다 쳐달라고 해요”
- “아프기 전에 코를 훌쩍거리거나 하품을 많이 해요”
- “할아버니 나 머리 아파, 하고 찾아올 때 가슴이 무너져요”
이 말씀 하나하나에 두통의 패턴이 담겨 있습니다. “언제 아프기 시작하는가”, “아플 때 무엇을 피하는가”, “무엇을 하다 말았는가” — 그 안에서 저는 원인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왜 자꾸 같은 패턴으로 돌아올까요?

두통이 반복된다는 건, 아이의 몸에서 어떤 조건이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해열제로 통증을 누르면 그날은 가라앉지만, 열이 위로 몰리는 구조, 소화가 안 되어 담음이 쌓이는 구조, 스트레스로 기운이 막히는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약효가 떨어지면 몸은 다시 같은 상태로 돌아가고, 같은 자리에서 통증이 재발합니다.
진통제를 자주 먹이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잦은 진통제 복용은 오히려 약물 과용 두통을 유발할 수 있어서[3], “약을 먹이지 않으면 아프고, 먹이면 또 먹여야 하는” 순환이 생깁니다. 할아버지가 “이 약을 계속 먹여도 되나요”라고 물으실 때, 저는 그 걱정이 합당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반복되는 구조를 정리하지 않으면, 두통은 학기가 바뀌어도, 계절이 바뀌어도, 성장해도 같은 패턴으로 따라다닙니다.
한약은 아이의 두통에서 어디를 돕는 방향일까요?
제가 아이의 반복되는 두통에 한약을 권하는 이유는, 통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자리를 안에서부터 정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몸에서 무엇이 꼬여 있는지에 따라, 한약의 무게중심이 달라집니다. 열이 위로 몰린 아이에게는 그 열을 내리는 방향으로, 소화가 안 되어 담음이 쌓인 아이에게는 위장을 돕고 노폐물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스트레스로 기운이 막힌 아이에게는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몸의 바닥이 허해진 아이에게는 기운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 같은 두통이라도 아이마다 처방의 무게중심을 다르게 잡습니다.
저는 먼저 아이의 끼니 패턴과 수면 패턴, 학교에서의 상황, 아플 때의 정확한 양상을 들여다봅니다. 그 다음에 맥진과 복진으로 아이의 위장 상태와 기운의 흐름을 확인합니다. “이 아이는 열이 위로 많이 몰리고 있구나”인지, “소화가 안 되어서 노폐물이 위로 올라가고 있구나”인지, “스트레스로 기운이 꽉 막혀 있구나”인지를 판단한 뒤, 그 판단에 맞춰 한약의 방향을 정합니다.
진통제와의 역할 차이를 말씀드리자면, 진통제는 통증 신호를 빠르게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한약은 그 통증이 반복되는 몸의 구조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당장 아플 때는 진통제가 필요할 수 있고, 양방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통이 반복되는 패턴 자체를 정리하고 싶을 때, 한약은 그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아플 수 있나요?

소아과나 신경과에서 뇌 MRI, CT, 혈액 검사를 해도 “이상 소견 없음”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아버지가 “다 정상인데 왜 아프냐”고 답답해하시는데, 검사가 정상이라고 해서 아이가 안 아픈 것은 아닙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것은, 뇌종양이나 뇌출혈 같은 기질적 원인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기혈의 정체, 열의 상승, 담음의 축적, 간기의 울결 — 이런 한의학적 병리는 영상 검사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이는 실제로 아프고, 그 통증에는 분명한 구조가 있습니다. “검사 정상이니 괜찮다”는 말을 아이가 들으면, “나는 안 아픈 건데 왜 아프다고 하는 걸까”라는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진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아이와 할아버지가 같이 오시면, 먼저 할아버지께 아이의 두통 패턴을 여쭙습니다. 언제 아프기 시작했는지, 한 달에 몇 번인지, 아플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끼니는 제때 챙기는지, 잠은 몇 시에 자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 조부모님의 관찰이 의외로 정확한 단서를 줍니다.
그 다음 아이의 맥을 짚고, 배를 눌러봅니다. 위장에 가스가 차 있는지, 배꼽 주변이 누르면 아픈지, 하복부가 차가운지 — 복진에서 위장과 장의 상태를 읽습니다. 아이의 체형, 안색, 혀의 색과 설태도 함께 봅니다. 필요하면 비염이나 수면 문제가 의심될 때 코를 살피고, 시력 저하가 의심되면 안과 검사를 권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가 자기 말을 하도록 기다립니다.
어떤 유형으로 나뉠까요?

아이의 두통은 한 가지 유형으로 오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보면 몇 가지 패턴이 겹치거나, 시기에 따라 유형이 바뀌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마다 어떤 유형의 무게가 더 실려 있는지를 먼저 가립니다.
열이 위로 몰린 아이는 얼굴이 붉고, 더위를 잘 타고, 아플 때 머리가 뜨끈하게 느껴집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입이 마르고, 성격이 예민한 편입니다. 이런 아이는 위로 올라간 열을 내리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할아버지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아프다”고 하시면 이 유형을 의심합니다.
소화가 약하고 담음이 쌓인 아이는 끼니가 불규칙하고, 밥을 잘 안 먹고, 배가 자주 아프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메스껍거나 구역질을 합니다. 아플 때 위장부터 먼저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는 위장을 돕고 노폐물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밥 안 먹은 날에 더 아프다”는 말씀이 단서가 됩니다.
스트레스로 기운이 막힌 아이는 시험 기간이나 친구 문제가 있을 때 집중적으로 아픕니다. 아플 때 짜증이 늘고, 한숨을 쉬고, 방에 혼자 들어갑니다. 성격이 꼼꼼하거나 예민한 아이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는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시험 전날만 되면 아프다”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바닥이 허해진 아이는 아주 오래 두통을 반복한 경우입니다. 얼굴이 하얗고, 쉽게 피곤해하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성장기에 영양이 제대로 안 받아져서 기혈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런 아이는 기운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되, 너무 한꺼번에 보하면 소화가 안 되니까 위장을 함께 돕는 방향으로 조율합니다.
회복은 어떤 순서로 갈까요?
한약을 시작하면, 아이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오지 않습니다. 단계별로 조금씩 달라지는데, 저는 그 경과를 부모님과 조부모님께 미리 말씀드립니다. 개인차가 있으니 이 순서가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만, 대체로 이런 흐름으로 갑니다.
첫 1~2주는 아이의 전반적 컨디션이 먼저 움직입니다. 수면이 깊어지거나, 식욕이 돌아오거나, 아침에 일어나기가 덜 힘들어집니다. 두통 자체는 아직 올 수 있지만, 아프는 강도가 조금 줄거나 아픈 시간이 짧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요즘 좀 덜 아파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시기입니다.
2~4주에는 두통의 횟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상황 — 시험, 학원 피로, 환절기 — 에서도 예전처럼 아프지 않거나, 아파도 하루 만에 가라앉습니다. 끼니가 불규칙한 날에도 덜 아프게 되는데, 이건 위장이 조금 단단해졌다는 신호입니다.
1~2개월이 지나면, 아이가 “아프다”고 하는 날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학교 보건실에 가는 횟수가 줄고, 학원을 쉬는 날이 줄고, 방에 누워만 있는 날이 줄어듭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체질적 약점을 더 잡아주면, 다음 시험 기간이나 다음 환절기에도 패턴이 반복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좋아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가 매일 아이를 보니, 변화를 놓치기 쉽지 않을까 싶어 몇 가지 기준을 말씀드립니다. 좋아지는 건 갑자기가 아니라 이런 신호로 옵니다.
- 아프는 횟수가 줄어요 — 한 달에 4번이던 게 2번으로, 2번이던 게 1번으로 줄어듭니다.
- 아플 때 가라앉는 시간이 짧아져요 — 예전엔 하루 종일 아팠는데, 이제는 두세 시간 만에 일어납니다.
- 아프기 전의 전조 증상이 약해져요 — 코를 훌쩍거리거나 하품을 많이 하던 아이가 그런 징후가 줄어듭니다.
- 빛·소리 예민함이 덜해요 — 커튼을 다 치지 않아도 견디고, TV 소리에 덜 불편해합니다.
- 식사 패턴이 안정돼요 — 끼니를 거르는 날이 줄고, 밥을 먹은 뒤 배가 아프다고 하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 아이가 아픈 날 밖에 나가 놀아요 — 방에만 있지 않고, 아프고 나서 친구들과 다시 논다는 건 통증의 그림자가 얕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모든 게 한 번에 오지 않습니다. 하나둘씩 쌓이면서, 아이의 일상이 원래 자리로 돌아옵니다.
어떤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할까요?
아이의 두통 대부분은 일차성 두통이지만, 일부는 다른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한의원에 오시기 전에 먼저 소아과나 소아신경과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 위험 신호 | 왜 주의해야 하나요 |
|---|---|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토하는 두통 | 뇌압 상승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
| 두통이 점점 심해지고 빈도가 늘어나는 경우 | 기질적 원인을 배제해야 합니다 |
| 신경학적 증상 동반(시력 저하, 팔다리 마비, 말 어눌해짐) | 뇌 질환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
| 머리 부분을 다친 뒤 시작된 두통 | 외상 후 두통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
| 열이 동반되는 심한 두통 | 뇌수막염 등 감염성 원인을 배제해야 합니다 |
위 표에 해당하지 않는, “검사상 이상이 없는데 반복되는 두통”이라면 한의학적 접근을 고려해볼 시점입니다. 양방 검사가 필요한 경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질적 원인이 배제된 뒤에 반복 구조를 정리하는 단계에서 한의학이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두통이라도 아이마다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손주가 “머리 아프다”고 반복해서 찾아올 때, “또 아프냐”며 넘기기보다 “이번엔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니”라고 물어보시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큰 안심이 됩니다.
아이의 두통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부분도 있지만, 반복되는 패턴이 굳어지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약으로 그 패턴을 정리하는 것은, 통증을 당장 없애는 게 아니라 아이의 몸이 스스로 조절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방향입니다. 열이 몰린 아이, 소화가 약한 아이, 스트레스에 예민한 아이 — 각 아이마다 무게중심이 다르고, 그 무게중심을 정확히 가리는 것이 진료의 핵심입니다.
손주의 두통으로 지치셨다면, 한 번 상담을 통해 아이의 패턴을 함께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아이의 몸에서 무엇이 꼬여 있는지를 알면, 할아버지도 더 이상 막막하지 않으실 겁니다.
참고문헌
[1] 소아 두통은 만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겪는 두부 통증으로, 성인과 달리 비전형적 양상을 보입니다. (대한소아신경학회)
[2] 학령기 아동의 약 70~80%가 1년에 한 번 이상 두통을 경험하며, 약 10%는 만성 반복성 두통을 앓습니다.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3] 반복성 두통을 가진 아이의 약 30~50%는 성인기 편두통으로 이행하며, 잦은 진통제 복용은 약물 과용 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Mayo Clinic)
[4] 黃帝內經 素問 擧痛論篇 — “通則不痛 不通則痛”, 頭者諸陽之會
자주 묻는 질문
일반적으로 만 7세 전후부터 한약 복용이 가능합니다. 아이의 연령, 체중, 소화 상태에 따라 복용량과 처방 방향을 조정합니다. 진료 시 아이의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에 결정합니다.
급성기에 통증이 심할 때는 해열진통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한약은 통증을 당장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를 정리하는 방향이므로, 병행이 필요한 경우 진료 시에 안내해 드립니다.
네, 오히려 검사상 이상이 없는데 두통이 반복되는 경우가 한의학적 접근이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기질적 원인이 배제된 뒤에 기혈 정체, 열 상승, 담음 축적 등의 구조를 정리하는 단계에서 한약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1~2주에 수면과 식욕이 먼저 안정되고, 2~4주에 두통 횟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경과를 보면서 조정합니다.
시험 스트레스로 간기가 울결되면서 기운의 순환이 막혀 두통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유형을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보고,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환절기 감기나 비염이 동반되는 두통은 외감형으로 분류됩니다. 면역과 호흡기를 함께 돕는 방향으로 한약을 구성하면, 환절기마다 반복되는 패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소화기가 약해 담음이 쌓이면 그 노폐물이 위로 올라가 머리를 막아 두통을 유발한다고 봅니다. 불규칙한 식사와 두통이 반복되는 패턴이 겹친다면 소화기를 함께 정리하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토하는 두통, 두통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 시력 저하나 팔다리 마비가 동반되는 경우, 열이 동반된 심한 두통, 머리 부상 후 시작된 두통은 먼저 소아과나 응급실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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