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동 다발성경화증, 밤이 되면 팔다리 저림이 더 심해질 때 | 백록담한의원 블로그
피로·면역

구월동 다발성경화증, 밤이 되면 팔다리 저림이 더 심해질 때

구월동 다발성경화증, 밤이 되면 팔다리 저림이 더 심해질 때

아이를 낳고 현장에 복귀했는데, 손에 감이 없어진 적이 있으신가요. 공구를 쥐거나 장비를 조작하다 보면 손끝이 멍한 것처럼 감각이 흐려지고, 퇴근 후 아이를 안아 올리려는데 팔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순간. 낮에는 일에 집중하느라 무리해서 그런 거려니 했는데, 밤이 되면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그 저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발끝부터 올라오는 전기 같은 찌릿함, 다리가 무거워 이불 개키기도 버거운 밤. 이런 증상이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몇 달씩 반복된다면 단순한 산후 조리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밤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은 다발성경화증에서 흔히 보이는 패턴 중 하나입니다. 낮의 활동으로 누적된 피로와 체온 변화가 신경을 자극하고, 조용해진 밤이 되면 그 자극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병이 팔다리를 무겁게 만들까요?

다발성경화증은 뇌와 척수, 시신경으로 이어지는 중추신경계에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외부 병원체가 아니라 자신의 신경을 공격하는 것이 핵심인데, 공격의 표적은 신경 세포를 감싸고 있는 수초(미엘린)라는 절연 피복입니다[1].

수초는 전선의 피복처럼 신경 신호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 피복이 손상되면 신호가 새거나 느려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퍼집니다. 그 결과가 바로 저림, 무력감, 감각 둔함, 시야 흐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파괴된 부위가 굳어지는 변화가 뇌와 척수 여러 곳에 다발적으로 생긴다고 해서 다발성경화증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2].

국내에서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인구 10만 명당 약 3.5명꼴로 발생합니다. 주로 20~40대에 발병하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3배 많습니다. 동양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시신경염으로 인한 시력 문제가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3].

산후 기간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신 중에는 면역 체계가 억제되는 경향이 있어 증상이 비교적 안정되지만, 출산 후 면역 체계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서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후 피로와 수면 부족이 겹치면 증상이 더 뚜렷하게 체감될 수 있습니다.

”산후라서 그런 거겠지”라고 넘기기 어렵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증상을 산후 조리 문제로만 돌리는 것입니다. 확실히 출산 직후의 피로, 호르몬 변화, 수면 부족은 저림이나 무력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피로는 휴식을 취하면 점차 가라앉는 방향입니다. 반면 다발성경화증의 잔여 증상은 휴식만으로는 잘 가라앉지 않고, 밤이 될수록 더 선명해지는 패턴을 보입니다.

두 번째 오해는 “한 번 낫면 끝나는 병이겠지” 하는 기대입니다. 다발성경화증은 재발과 완해를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성기에 스테로이드 치료로 염증을 가라앉히면 증상이 줄어들지만, 신경이 한 번 손상된 자리에 남는 잔여 증상은 약물이 다 가라앉혀주지 못합니다. 그 사이의 간극이 많은 분들을 힘들게 합니다.

한의학은 이 병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한의학에서는 다발성경화증의 증상 양상을 위증(痿證)과 비증(痺證)의 범주에서 살핍니다. 위증은 근육이 위축되고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 비증은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리고 아픈 상태를 가리킵니다.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힘도 안 들고 감각도 이상하다”는 환자분의 호소가 그대로 한의학 병리와 맞닿습니다.

그 뿌리는 간신음허(肝腎陰虛)에서 찾습니다. 한의학에서 간과 신은 근육과 골격, 신경계의 기운을 주관하는 장부입니다. 이 장부의 음이 고갈되면 신경을 감싸고 보호하는 진액이 마르고, 혈액이 부족해져 신경 신호가 제대로 흐르지 못합니다. 전선의 피복이 벗겨지는 현상을 한의학은 “진액이 마르고 혈이 부족해 신경을 영양하지 못한다”는 논리로 풉니다[4].

산후 상황은 이 간신음허를 더 깊게 만듭니다. 출산은 기혈(氣血)을 크게 소모하는 과정이고, 수면 부족과 육체적 피로가 겹치면 간과 신이 비축해 두었던 음과 진액이 빠르게 소모됩니다. 산후에 저림이 심해지는 것은 단순히 “몸이 약해서”가 아니라, 신경을 영양하는 진액의 바닥이 드러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스트레스와 불안이 더해지면 간기울결(肝氣鬱結)이 겹칩니다. 간의 기운이 막히면 혈의 흐름도 함께 막히고, 막힌 자리에 저림과 통증이 자리 잡습니다. “마음이 불안하니까 몸도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는 환자분 말씀이 한의학 병리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무엇이 수초를 손상시킬까요?

다발성경화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과 환경 요인이 겹쳐 면역 체계가 자기 신경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 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을 진료실에서 자주 접하는 것들을 정리해 드리면,

  • 유전적 소인 — 특정 HLA 유전자 변이가 면역 반응의 방향에 영향을 줍니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인이 있는 분이 환경 요인에 노출되면 발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 비타민 D 결핍 — 일조량이 적은 지역에서 유병률이 높고, 산후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 비타민 D 합성이 줄어 면역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바이러스 감염 — 엡스타인-바르 바이러스(EBV) 등 특정 바이러스 감염이 면역 체계를 교란하는 계기가 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 산후 면역 변화 — 임신 중 억제되었던 면역 체계가 출산 후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자가면역 반응이 촉발될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 지속적 스트레스는 면역 균형을 흐트러뜨리고, 수면 부족은 신경 회복을 방해합니다.
  • 체온 상승 — 운동이나 환경 온도 상승으로 체온이 오르면 손상된 신경의 신호 전달이 더 느려져 증상이 일시적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유전적 소인은 바꿀 수 없지만,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비타민 D 보충 등은 일상에서 조절 가능한 요인입니다. 한의학적 접근도 이 조절 가능한 영역에 무게를 둡니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다발성경화증은 한 가지 증상으로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손상되는 신경의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고, 같은 사람 안에서도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진료실에서 보는 증상의 결을 몇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림과 감각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끝이나 발끝에서 시작되는 찌릿함, 피부를 만져도 감각이 둔한 느낌, 모르는 사이에 뜨거운 것을 만져도 반응이 늦는 경우. 낮에는 일에 집중하느라 무감각하지만 밤이 되어 몸이 쉬면 그 저림이 표면으로 올라옵니다. 현장에서 작업하다 “이 손이 내 손 같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무력감과 피로는 산후 피로와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다발성경화증의 피로는 쉬어도 잘 가라앉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벅차고, 오후가 되면 다리에 모래를 단 것처럼 무거워집니다. 현장에서 장비를 옮기거나 계단을 오르는 일이 이전보다 훨씬 버거워집니다.

시야 변화는 동양인에게서 더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한쪽 눈의 시야가 흐려지거나 색이 바래 보이거나, 안구를 움직일 때 통증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산후 스트레스와 겹치면 “너무 피곤해서 눈이 안 보이나” 하고 넘기기 쉽지만, 시신경염은 빠른 평가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밤에 더 심해지는 패턴은 이 글을 읽는 분이 겪고 있을 핵심입니다. 낮 동안 신경이 자극을 받고 누적된 피로가 체온 변화와 겹치면, 밤에 이불 속에서 저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아이가 깰까 봐 움직이지 못하는 새벽, 손발이 저려서 잠을 설치는 밤이 반복되면 몸도 마음도 한계에 가까워집니다.

진료실에서 듣는 말들

증상을 겪고 계신 분들이 진료실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을 몇 가지 옮겨보겠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으셨는지, 그 말투 속에 어떤 무게가 있는지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림과 감각 변화

  • “낮에는 바빠서 몰랐는데 밤에 누우면 발에서부터 저려 올라와요.”
  • “손에 감각이 없어서 작업할 때 위험할 것 같아 무서워요.”
  • “스치기만 해도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해요.”

일상이 막히는 말

  • “아이를 안으려는데 팔에 힘이 빠져서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 “계단을 오르는데 다리가 안 따라와서 현장을 쉬어야 해요.”
  • “눈이 뿌옇게 보이는 날이 있어서 운전이 무서워요.”

지쳐 가는 말

  • “스테로이드 맞고 나아진 줄 알았는데, 또 저리기 시작했어요.”
  • “쉬어도 안 나아서 이게 평생 갈 건가 싶어요.”
  • “재발할 때마다 무너지는 기분이라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왜 자꾸 반복될까요?

다발성경화증은 재발과 완해를 반복하는 양상이 특징입니다. 급성기에는 면역이 신경을 공격해 염증이 일어나고 증상이 악화되며, 이후 염증이 가라앉으면 증상이 줄어드는 완해기로 들어갑니다. 양방에서는 급성기에 스테로이드로 염증을 억제하고, 완해기에는 질병수정치료제(DMT)를 장기 복용해 재발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리합니다[1].

하지만 재발이 줄어들어도 잔여 증상은 남습니다. 염증이 가라앉은 뒤에도 수초가 완전히 복원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저림이나 무력감이 남고, 이것은 약물이 다 잡아주지 못합니다. 반복되는 재발과 잔여 증상 사이에서 “나아졌다가 또 저리고, 또 나아졌다가 또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반복 구조가 환자분들의 마음을 가장 많이 지치게 합니다.

한약은 어디를 돕는 방향일까요?

제가 다발성경화증에 한약을 함께 쓰는 이유는, 약물이 잡아주지 못하는 잔여 증상과 회복 환경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스테로이드는 급성기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고, DMT는 재발 빈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역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남는 저림, 무력감, 만성 피로, 수면 장애, 불안은 양방 약물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간이 있습니다.

한약은 그 공간을 채우는 방향으로 씁니다. 구체적으로, 이 질환에 한약을 쓰는 치법의 층위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간신음을 보익하는 방향입니다. 신경을 영양하는 진액과 혈을 채워 수초가 회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둘째, 기혈을 보충하는 방향입니다. 산후로 바닥난 기혈을 올려 체력과 집중력의 기반을 다집니다. 셋째, 경락을 소통하는 방향입니다. 막히고 저린 자리의 순환을 돕습니다. 넷째, 심신을 안정하는 방향입니다. 불안과 수면 장애를 가라앉혀 신경이 쉴 수 있는 밤을 만듭니다.

사람마다 이 네 가지의 무게중심을 다르게 잡습니다. 산후 기혈부족이 심한 분은 기혈 보충을 먼저 하고, 저림과 감각 장애가 주된 분은 경락 소통에 무게를 둡니다. 불안과 수면이 무너진 분은 심신 안정을 앞세웁니다. 같은 다발성경화증이라도 그 분의 삶의 맥락에 따라 처방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진통제가 통증 신호를 누르는 역할이라면, 한약은 반복되는 자리를 안에서부터 정리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RI는 안정인데 왜 여전히 불편할까요?

재발하지 않았고 MRI에서 새로운 병변이 없어도, 잔여 증상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이는 수초가 한 번 손상된 자리가 완전히 복원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염증은 가라앉았지만, 신경 신호가 지나가는 길은 아직 매끄럽지 않은 상태입니다. 도로로 비유하면 보수 공사가 끝났지만 포장이 완전히 평평해지지 않은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검사 수치가 안정이라고 해서 몸이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시는데, 저는 아직도 저리고 무거운데”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그 불편함은 실재하는 것이고, 회복 환경을 돕는 방향에서 함께 살펴볼 여지가 있습니다.

진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먼저 양방 진단 결과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MRI 소견, 뇌척수액 검사 결과, 현재 복용 중인 약물, 최근 재발 이력을 듣고 전체 그림을 그립니다. 한의학 진료는 양방 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관리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어서 문진을 통해 증상의 패턴을 살핍니다. 저림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밤에 어떻게 심해지는지, 시야 변화가 있는지, 수면은 어떤지, 스트레스 수준은 어떤지. 맥진과 복진으로 장부의 허실을 확인하고, 기혈의 흐름과 간신의 상태를 읽습니다. 산후라면 출산 경과, 수유 여부, 수면 패턴까지 함께 봅니다.

필요하면 기존 검사 결과지를 함께 확인하고, 증상이 새로 나타났거나 악화된 부분이 있다면 신경과 재평가가 필요한지 판단합니다. 한의원에서 할 수 있는 범위와 신경과 협진이 필요한 범위를 명확히 나누어 안내합니다.

어떤 유형으로 나뉠까요?

다발성경화증 환자분들의 체질과 증상 양상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유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간신음허형은 가장 근본에 가까운 유형입니다. 신경을 영양하는 진액이 마른 상태로, 저림과 무력감이 지속되고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립니다. 눈이 건조하고 시야가 흐려지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은 간과 신의 음을 채우는 방향에서 접근합니다. 마른 땅에 물을 대듯, 진액을 서서히 올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기혈양허형은 산후에 특히 많이 봅니다. 출산으로 기혈이 크게 빠진 상태라 피로가 압도적이고, 얼굴이 창백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찹니다. 저림보다 “기운이 안 난다”가 더 큰 문제인 분들입니다. 이런 분은 기혈을 보충하는 것을 먼저 합니다. 체력의 바닥을 올려야 신경 회복도 뒤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체혈어형은 반복되는 재발과 스트레스가 겹친 분에게서 봅니다. 감정이 막혀 있고, 저림이 찌르듯 아프고, 특정 부위에 증상이 고여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하면 몸도 함께 예민해지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은 막힌 기운을 풀고 혈의 순환을 돕는 방향을 먼저 씁니다. 기가 풀려야 혈도 흐르고, 신경 자극도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회복은 어떤 순서로 갈까요?

한약 치료의 경과는 개인차가 크고, 다발성경화증의 경우 양방 치료와 병행하면서 잔여 증상의 회복 환경을 살피는 방향입니다. 대략의 흐름을 말씀드리면,

첫 단계에서는 수면과 식사가 먼저 자리를 잡습니다. 밤에 저림 때문에 잠을 설치던 분이 한약 복용 후 잠에 들기가 수월해지고, 깊이 자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몸이 쉴 수 있는 밤이 만들어지는 것이 첫 번째 변화입니다. 이 단계에서 “잠이라도 자니 낮이 좀 다르다”는 말씀을 듣습니다.

둘째 단계에서는 피로의 깊이가 얕아집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이전보다 수월해지고, 하루를 버티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집니다. 산후 기혈부족형 분들은 이 단계에서 “기운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셋째 단계에서는 저림의 빈도와 강도가 변합니다. 매일 밤 찾아오던 저림이 격일로, 주 두세 번으로 줄어들고, 강도도 이전보다 약해집니다.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을 흔드는 수준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보입니다.

넷째 단계에서는 일상의 복원이 목표입니다. 현장 작업의 집중력이 돌아오고, 아이를 안아 올리는 팔에 힘이 들어가고, “오늘은 괜찮은 날이 더 많아진 것 같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이 단계에서는 재발 패턴을 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에 무게를 둡니다.

좋아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좋아지는 것은 한 번에 갑자기가 아니라 작은 신호들이 모이는 방향으로 옵니다. 진료실에서 확인하는 변화 지표를 정리해 드리면,

  • 밤에 저림 때문에 깨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이전보다 수월해집니다.
  • 현장 작업 중 손의 감각 둔함이 덜 불안해집니다.
  • 오후의 피로가 이전만큼 압도적이지 않습니다.
  • 불안감이 가라앉고 새벽에 검색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 “괜찮은 날”이 “안 좋은 날”보다 많아집니다.

이런 신호가 하나둘 모이면, “아직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닌데 예전보다 견딜 만하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 감각이 회복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다른 병과 어떻게 다를까요?

다발성경화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이 있어 감별이 중요합니다.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질환구분점
길랑-바레 증후군감염 후 급성으로 진행되는 양쪽 근육 무력증, 보통 하행성에서 상행성으로 올라갑니다. 다발성경화증은 재발을 반복하는 패턴이 다릅니다.
경추 추간판 질환목 디스크로 인한 신경 압박도 팔다리 저림을 유발합니다. 한쪽 팔 위주, 목 통증 동반 여부로 구분합니다.
말초신경병증당뇨 등 대사성 원인으로 말초 신경이 손상되어 양말·장갑 모양의 저림이 생깁니다. 중추신경계 병변이 아닙니다.
산후 우울증·피로 증후군심한 피로와 무력감은 비슷하지만 신경학적 증상(시야 변화, 감각 이상)이 동반되지 않습니다.
루푸스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등도 신경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혈액 검사로 감별이 필요합니다.

위험 신호는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신경과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 한쪽 눈의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색이 바래 보일 때 — 시신경염의 가능성
  • 새로운 마비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날 때 — 급성 재발의 신호
  • 배뇨·배변 조절이 안 될 때 — 척수 병변의 가능성
  • 인지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성격이 변할 때 — 뇌 병변 확대 가능성
  • 고열과 함께 의식이 흐려질 때 — 응급 상황

다발성경화증은 신경과 전문 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입니다. 한의학적 접근은 양방 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잔여 증상의 회복 환경을 돕고 전체적인 균형을 살피는 보완적 방향입니다. 급성 재발이나 새로운 신경 증상이 나타나면 한의원이 아닌 신경과를 먼저 방문하셔야 합니다.

참고문헌

[1] 다발성경화증의 질병 수정 치료(DMT), 증상 관리, 장기적 예후 관리에 관한 정보입니다. (Multiple Sclerosis Therapies | Brigham and Women’s Hospital)
[2] 인터페론, 모노클로날 항체, 재발 억제 및 진행 방지 치료 전략에 관한 연구입니다. (Current and Future Therapies for Multiple Sclerosis)
[3] 다발성경화증의 면역학적 기전, 최신 치료 약물, 임상 적용 가이드입니다. (Multiple Sclerosis: Immunopathology and Treatment Update)
[4] 동의보감 내경편 — 위증(痿證)·비증(痺證)의 병리와 간신음허(肝腎陰虛)의 변증

자주 묻는 질문

Q. 다발성경화증은 한약으로 완치할 수 있나요?

완치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발성경화증은 신경과 전문 진료가 필수적인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한약은 양방 치료와 병행하면서 잔여 증상의 회복 환경을 돕고 전체적인 균형을 살피는 보완적 방향으로 쓰입니다.

Q. 산후에 다발성경화증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가 있나요?

임신 중에는 면역 체계가 억제되는 경향이 있어 비교적 안정되지만, 출산 후 면역 체계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서 재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수면 부족과 산후 피로가 겹치면 증상이 더 뚜렷하게 체감됩니다.

Q. 스테로이드나 DMT 약물을 먹으면서 한약도 복용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을 진료 시 정확히 알려주셔야 합니다. 한약은 양방 약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잔여 증상과 회복 환경을 돕는 방향으로 쓰이며, 약물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처방합니다.

Q. 밤에 저림이 더 심해지는 것이 다발성경화증 때문인가요?

다발성경화증에서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패턴은 흔합니다. 낮 동안 누적된 피로와 체온 변화가 신경을 자극하고, 조용해진 밤이 되면 그 자극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추 문제나 말초신경병증 등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Q. 한약을 먹으면 언제부터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나요?

개인차가 큽니다. 일반적으로 수면과 피로에서 먼저 변화를 느끼는 분들이 많고, 저림의 빈도와 강도는 그 다음에 변화를 보입니다. 다발성경화증은 재발과 완해를 반복하는 질환이므로, 한약 치료는 장기적인 회복 환경 관리의 관점에서 진행합니다.

Q. MRI에서 새로운 병변이 없는데도 증상이 있는 이유는요?

염증은 가라앉았지만 수초가 완전히 복원되지 않으면 잔여 증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검사 수치가 안정이라고 해서 몸이 편안한 것은 아니며, 이런 잔여 증상의 회복 환경을 한약으로 돕는 방향이 있습니다.

Q. 산후 조리와 다발성경화증 관리를 함께 할 수 있나요?

산후 기혈 보충과 신경 회복 환경 조성은 방향이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산후로 바닥난 기혈을 올리는 것은 신경 영양의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발성경화증의 신경과 관리는 반드시 병행하셔야 합니다.

Q. 다발성경화증이 의심되는데 신경과와 한의원 중 어디를 먼저 가야 하나요?

신경과를 먼저 방문하셔야 합니다. MRI, 뇌척수액 검사 등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입니다. 진단과 양방 치료가 진행된 후 잔여 증상 관리와 회복 환경 조성을 위해 한의원을 함께 방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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